기자가 되려는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1991년부터 개최해온 취업 정보 워크숍입니다.
매년 하반기에 무료로 열리며, 언론사 간부 및 젊은 기자들이 기자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언론사 취업에 도움되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2006 기자가 되는 길 (2부 원고)
작성일2006-05-16
조회수11797
기자적인 글쓰기와 친해지는 방법들
최수현(조선일보 사회부 기동팀 수습기자)
시작
“그 일에 대해 생각할 때는 그 일 밖에서 하고, 그 일을 할 때는 그 일 속에 들어가서 하라.”
채근담을 읽으며 밑줄을 그었다. 편집국에 배치된 지 인제 겨우 두어 달 남짓. 벌써 이 말을 실감하고 있다. 일의 밖에서 일에 대해 평가하고 저울질하는 것은 가볍고 쉬운 일이다. 막상 일 속으로 들어와 시작하고 나니 모든 것이 새롭고 불편하고 어렵다. 그러나 이왕 속으로 들어온 것이라면, 무엇이든 핵심까지 접근하겠다는 욕심이 있다. 선배들 말씀에 따르면 아직 인간도 아니고 기자도 아닌 수습기자 신분이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던 몇 가지를 키워드로 뽑아봤다.
(1) 인턴
조선일보 기자 선발전형에서 현장평가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5일간 이어지는 현장평가에서 응시자들은 르뽀기사, 기획기사, 인터뷰기사, 통계보도자료 기사 등 다양한 기사를 골고루 써내야 한다. 특히 장소가 정해지는 르뽀나 주제어가 주어지는 기획의 경우엔 빠른 시간 내에 기사의 핵심을 잡고, 가장 효율적인 접근방법을 찾아야 한다.
2005년 상반기에 6개월간 조선일보 사회부에서 인턴기자로 일했다. 그때 선배기자들에게 어깨너머로 배웠던 것들이 현장평가에서 엄청난 힘이 됐다. 너무 거대하지도, 소소하지도 않은 적당한 범위의 주제를 잡는 법, 가장 신속하면서도 생생한 현장에 접근하는 법, 관계자들을 찾아내 적절한 멘트를 따는 법 등은 누가 일일이 얘기해줘서 배우는 게 아닌 것 같다. 인턴기자로 대단한 일을 했던 건 아니었지만, 현장에서 부딪치며 체화했던 경험들이 현장평가 내내 든든했다. 학보사든 언론사 인턴이든 대학매체든 실전경험 쌓기를 권한다. 필수조건은 아닐지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자신감의 문제다.
(2) 필사
가장 대표적인 취미 하나를 꼽으라면 필사를 들겠다. 호흡과 리듬이 빼어난 글을 베껴 쓰면 마음이 뿌듯해졌다. 글이 늘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독서보다는 역시 필사라고 생각한다. 같은 글을 한번 필사하면 참신한 단어와 표현을 베끼는 재미가 있고, 두 번 하면 각 문단의 맥락이 눈에 들어오고, 세 번째부터는 전체적인 글의 흐름과 문단 간 연결구조가 파악된다. 글쓴이가 글을 쓰던 시점에 마음에 품었던 의도와 복잡다단한 심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다보면 흥미진진이다. 속이 뻥 뚫리도록 정연한 논리를 가진 글, 왠지 모르게 마음에 꼭 드는 정서나 가슴을 파고드는 표현을 가진 글들을 많이 베껴보기를 권한다. 향기 나는 글을 반복해 베끼다보면 언젠가 향기로운 자신만의 문체를 갖게 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
(3) 신문과 작문
어려서부터 신문은 가장 좋은 선생님, 친구, 소일거리, 심심풀이, 교과서 등등이었다. 신문 속에 모든 게 다 있었다. 정치부터 영화까지 온 세상이 들어있었다. 짧은 글로 지면에서 승부를 내고 흐름을 앞서 짚어가는 매력 또한 대단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신문을 많이 읽으면서 기사 종류에 따른 문체에 익숙해지면 당연히 유리하다. 직접 기사를 쓰는 현장평가 단계에서뿐 아니라 작문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자들이 특히 좋아하는 문장 스타일, 글의 느낌 같은 것들이 있다. 리드가 섹시해야 하고, 문장은 짧고 힘이 넘쳐야 하고, 주제가 뚜렷해야 하고, 여운도 좀 남아야 한다. 기자들이 신문에 써야하는 글, 쓰기 위해 늘 고민하는 스타일의 글이 그렇기 때문이다. 여기에 익숙해질수록 유리하다. 단순히 상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목적, 현안에 대해 뚜렷한 관점을 갖는 목적 이외에도 다양한 생각과 목적을 가지고 신문을 읽을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작문은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가볍고 쉽게 다가오는 장르(?)부터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논술이나 칼럼에 도전하기보다 일기나 편지글에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인상이 강렬했던 영화나 책의 감상문을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담 없는 형식의 글에서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충실히 끄집어낼 수 있는 연습을 충분히 한 이후에, 보다 딱딱한 형식의 글에 도전하는 것이 효과적인 순서인 것 같다. 어깨에 힘을 빼야 좋은 글이 나온다. 어깨에 힘을 빼고 쓸 수 있는 쉬운 글에서부터 시작해야 글과 진짜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조선일보 전형단계별로 구체적으로 준비했던 내용을 덧붙이겠다.
(1) 서류전형은 조선일보의 경우 형식적이다. 거의 다 붙는다. 따라서 서류전형 통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최종면접을 고려하면서 자기소개서를 썼다. 언론사마다 특성이 다르다. 나의 강점 중 내가 택한 언론사에 가장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것. 그것에 대해 질문을 유도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면 좋다.
(2) 국어시험은 암기해야 하는 맞춤법 위주로 공부했다. 한문은 학교수업도 몇 번 듣고 한자급수시험도 여러 차례 준비했으나 번번이 낙방했다. 시간도 없어서 과감히 포기했다.
조선일보 영어시험은 특히 단어가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2주 동안 토플 vocabulary 책을 절반쯤 봤다. 단어를 몇 개 외웠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잃어버렸던 영어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작문은 인용할 수 있는 자료 중심으로 준비했다. 특히 논어나 맹자 같은 고전들은 어떤 주제가 나와도 응용해서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글에 무게감을 실어주는 효과도 있다.
(3) 현장평가를 준비하면서 르뽀나 기획기사를 여러 번 필사했다. 어떤 기사든 핵심은 결정적 장면에 대한 생생한 스케치에 있다고 본다. 스케치가 잘 된 기사를 뽑아 꾸준히 필사하고 연습하면 좋겠다. 기획기사 아이템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각종 주간지를 훑어보면서 미리 나만의 아이템을 30개 정도 만들어갔다. 다행히 시험 당일 주어진 주제어 중 준비해간 아이템과 연결시킬 수 있는 게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러 개 준비할수록 좋은 것 같다.
(4) 면접은 내가 쓴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예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와 예상답안을 뽑아봤다. 그런데 그 안에서 질문이 단 하나도 안 나왔다. 면접분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면접관들이 경직된 질문을 피해 예상치 못했던 소프트한 질문들을 주로 던졌다. 여유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문답’이 아닌 ‘대화’라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여유의 기본은 자신감이다.
마무리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확신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긍정의 힘’이 괴력을 발휘했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사명이 이것이라 굳게 믿고, 마음 약해질 때마다 나는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끊임없이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학점도 좋지 않고, 나이도 어리고, 스터디도 못 해봤다. 될 이유가 하나도 없었는데, 하나님이 하셨다. 될 수밖에 없다고 믿으면 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게 인간의 능력이다. 좋은 인연으로 곧 다시 만나길 기다리겠다.
방황하라, 노력하라, 꿈은 이루어진다
이소아 (매일경제신문 사회부)
prologue
‘사람은 노력하는 동안 방황하는 법이다’ (괴테, 「파우스트」)
기자가 되기 전, 즉 백수시절부터 새내기 기자인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주는 말이다.
자기 합리화라고해도 좋다. 난 가끔, 아니 자주 힘들고 방황한다. 그러나 그것은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언론사에 들어온 지 1년하고도 8개월하고도 반이다. ‘기자가 되려면’ 이란 주제로 글을 쓰려니 딱 이 생각부터 난다. 세상 모든 직업이 적성에 맞아야 계속 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기자는 더 하다는. 기자가 되기 위해 무슨 시험을 어떻게 치르는가도 중요하다면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덜컥’ 기자가 된다 해도 ‘자기 안에 기자가 있어야’ 한다. 자기가 일깨우든 남이 부채질을 해 주든, 훅 하고 불면 확 하고 일어나는 열정이라는 불꽃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 바로 기자되기인 듯싶다.
시험준비
아무 경력도 없이 26살 되던 봄에 처음 기자라는 직업에 흥미가 생겼다. 밥도 잘 사고 비싼 화장품도 턱턱 잘 사는 주변 친구들을 보며 참 조바심이 많이 났었다. ‘백조생활’ 의 비애랄까. 다행히 원고지(=글쓰기)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초중고 12년을 원고지와 지냈다싶을 정도로 교내->지역교육청->서울->전국 백일장을 빙빙 돌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사 작성과는 별 관계가 없는 장르의 글쓰기였지만)
결국 글쓰기가 무섭지 않다는 밑천 하나로 소위 ‘스터디’ 라는 것에 가입했다.
6명의 멤버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 나름대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우선 무식하게 두꺼웠던 상식책(SPA)은 분야별로 나눠서 돌아가며 프린트물을 따로 만들어 강의를 하는 식으로 공부했다.
국어 맞춤법 역시 각자 알아서 여러 매체를 이용해 문제를 만들어 오고 채점·풀이를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논작을 했는데, 주제는 역시 돌아가며 그때그때 가장 이슈가 되는 시사문제를 주제로 하거나, ‘꽃’,‘가족’,‘꿈’ 같은 부드러운 주제로 수필 같은 글을 쓰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국어 맞춤법은 관련 인터넷 사이트나 각 언론사의 국어공부 콘텐츠, 고등학생 용 맞춤법교재 등을 선택해 노트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 뒀다.
이 공부를 시작하기 전까진 잘 보지 않았던 신문도 틈틈이 보고, 심야에 하는 시사토론 프로도 졸린 눈을 비벼가며 보다가 혼자 흥분해서 궁시렁 궁시렁 패널들의 의견에 대꾸를 하던 기억이 난다.
시험
공부를 시작한 지 3~4개월 만에 처음으로 매일경제신문사 시험을 쳤고 합격했다.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는 많은 분께는 어쩌면 별 도움이 될 tip을 전해드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고백이다. 그러나 합격 후 회식자리에서 모 부장께서 그러셨다.
“자잘한 상식 하나 더 외운다고 형광펜 들고 줄 그어대지 말고, 차라리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난 후 친구들과 실컷 수다를 떠는 것이 낫다.”
100% 동감이다. 상식…중요하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최근 도마 위에 올라있는 이슈들, 애초에 기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이걸 몰라서는 곤란하다. ‘오만과 편견’이란 영화가(설사 읽어보진 않았더라도)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영국을 배경으로 쓰여진 여류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정도는 알고 나서 영화에 나오는 유명 여배우의 목선의 섹시함을 논했으면 좋겠다. 남자도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의 유래에 대해 알아야 하고, 적어도 기자 지망생이라면 여자도 ‘2루수가 잡으면 2루타야?’ 이런 질문은 더 이상 자랑이 아니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매경 시험은 3차로 끝이 났다. 서류심사와 필기시험, 면접이 그것이다.
자기소개서가 중요한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해진 자수 안에 최대한 진솔하고 인상 깊게 나를 남겨야 한다. 지나치게 가식적으로 꾸미려는 것도 좋지 않지만, 너무 밋밋하게 써도 ‘튈’ 수가 없다. 나는 나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 몇 개를 비중 있게 썼다. 왜 20대 중반 넘게 살면서 드라마틱한 일화가 몇 개씩은 있지 않은가.
필기시험은 국어와 논작, 영어였다.
국어는 긴 글을 읽고 신문형식으로 제목 뽑기, 주어진 소재를 바탕으로 기사 작성하기, 다소의 맞춤법 등이 나왔다.
채점 위원 왈, ‘당락을 좌우했다’는 논작은 2005년의 경우 ‘삼성공화국론에 대하여’,‘창조적 국가’를 위한 제언 등 두 문제가 나왔다.
유려한 문체와 세련된 글솜씨는 분명 득이 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뚜렷한 주장과 빈틈없는 논리’ 다. 어차피 책 한권 펴내는 것이 아니니 자기 생각을 스스로 뚜렷하게 상기하고 까다로운 채점위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몇 가지 핵심적인 논거를 제시하면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매경 영어시험은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영문 기사를 번역하는 문제(3개), 한글 기사를 영작하는 문제(2개), ‘왜 기자가 되려는지’ 에 대해 영작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내가 시험을 본 2004년도와 비슷한 유형이다.
세계지식포럼 등 국제적인 행사를 많이 치르는 매경에서는 확실히 영어고수들이 많다.
그러나 시험지를 받아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아는 한도 내에서 끄적이다보면 결코 남보다 말도 안 되게 나쁜 성적을 받진 않을 것이다.
면접은 그야말로 정해진 유형이 없다. 개인에 따라 질문 받은 개수와 시간이 천차만별이다.
노사문제, 고액연봉노조의 파업문제 등 시사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가하면 자기소개서를 가지고 질문을 하기도 한다. ‘자신감’ 이 제일 중요하다. 다시 올 자리가 아닌데, 기죽을 필요가 없다. 질문자의 대답에 자신의 생각을 ‘-습니다’ 형태의 말로 또박또박 말 하면 된다. 간혹 질문자가 말 꼬리를 물고 늘어질 때는 학교에서 토론한다 생각하고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펼치면 된다. 표정은 자신감에 차 있되 부드러운 편이 좋은 것 같다. 회사에 대해 미리 알고 가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아부성 발언을 할 필요는 없다.
epilogue
마지막 관문에 이르기까지 ‘내가 왜 기자가 되려고 하는지’, ‘나의 어떤 점이 기자에 안성맞춤인지’ 끊임없이 되뇌이며 시험을 치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이 그냥 직장을 구하려고 시험에 응시했는지, 미숙하나마 열정, 호기심, 패기에 가득차 기자가 되려는 것인지 심사위원들은 알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와 ‘궁합이 맞는’ 언론사가 있다. 때문에 사시, 행시, 외시 공부하는 사람들이 ‘운칠기삼’ 이라고 비아냥거리지만 또 그래서 더 대단한 면도 있다.
끊임없이 불안할 때는 서두에 인용한 괴테의 말을 끊임없이 투여하면 된다.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방황하는 것일 뿐이다.
수많은 예비 후배들에게 이런 장황한 말을 늘어놓을 자격이 없음을 잘 안다.
하지만 한창 두 어깨가 늘어지는 봄날, 이런 글을 쓰며 처음 내가 기자에 도전했을 때의 마음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어 한없이 다행스럽고 감사한다.
모든 경험에서 배우고 느껴야
김현수(동아일보 경제부, 2004년 입사)
사실 여기 오면서 오늘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어요. 저는 소위 ‘언론고시’란 것을 오래 공부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스터디에 적을 둔 것도 얼마 안 되고 그나마 학교 수업 때문에 열심히 하지도 못했어요. 스파 그 두꺼운 책을 분야별로 잘게 자르고는 결국 한 권 씩 한 장씩 잃어버렸고, 논술 작문도 꾸준히 오래 연습하질 못했습니다.
그럼 내가 어떻게 신문사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결론은 하나더군요. 학교 다닐 때 ‘트라이 앤 에러(try & error)’ 했던 것. 되든 안 되든 도전하며 배웠던 것들, 미숙해도 애써 정리해내려 했던 생각들이 가장 큰 언론사 입사 준비였습니다.
저는 학교 다닐 때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입학해서 2년 동안 남들 엠티가고 축제가고 할 때 주말마다 학보사에서 머리도 못 감고 되도 않는 글을 쓰며 교수님과 언쟁하고 그랬어요. 학교 수업, 특히 전공 과목은 정말 열심히 들었습니다. 조 발표 진짜 열심히 했어요. 한번은 발표 전날에 프레젠테이션 맡기로 한 사람이 집안일이 생겼다고 대신 준비해달라며 연락을 끊어 버린 거예요. 밤새워가며 MS길잡이인 일명 ‘강아지’에게 ‘도표는 어떻게 만드나요’ 물어가며 밤을 하얗게 지새웠어요. 수업 듣다가 관심 있으면 관련 책들 두 세 권 씩 찾아 읽었습니다.
영어? 정말 못해서 휴학 했었어요.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가고 싶었는데 영어 성적이 달렸거든요. 두 달 동안 거의 혼자 밥 먹고 고3때 다니던 독서실에서 하루 종일 영어만 공부했습니다. 두 달 만에 독하게 토플 70점 올린 걸로 유명합니다. 그러고 나서 바로 월드컵 자원봉사 한다고 뛰어 다녔어요.
미국에 교환학교 가서도 10명 듣는 역사 토론 수업에 등록해 고생 사서했어요. 물론 잘 몰라서 그랬죠. 어리바리한 저를 보다 못한 교수님이 제안해서 보충 과외 같은 걸 받았어요. 이 인연 덕분에 추천서를 받아 워싱턴 D.C.에서 인턴하고 수업 받는 프로그램에 선발 될 수도 있었습니다. 경험이 경험으로 꼬리를 문 거죠.
돌아와서 학교 다니다 여름방학부터 까다롭기로 유명한 동아일보 채용 관문을 넘기 시작했죠. 사실 별로 기대 안했었어요. 스파가 너무 깨끗한데다 일부는 아예 없어졌다니까요.
그렇지만 시험을 치르면서 그동안 생각하고 배웠던 게 의외로 힘이 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다못해 드라마까지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히 동아일보는 상식시험이 따로 없는 대신 논술, 작문, 프레젠테이션, 집단 토론 등을 통해 지식의 깊이, 사고능력 등을 유심히 보거든요.
저 때 논술 시험 주제가 ‘개혁과 경제 살리기의 우선순위를 매기고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논하라’였어요. 이건 경제사 수업 들으면서 읽었던 여러 책들, 정리했던 생각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턴실습과 합숙 때의 PT는 동아리 친구들과 밤새며 토론하던 논제들, 지긋지긋했던 조발표, 저에게 PT 만드는 법을 알려준 ‘길잡이 강아지(?)’ 등의 덕을 봤죠. 특히 한 주제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생각을 정리해 왔었던 점이 제일 중요했어요. 저 때는 10분 동안 하는 PT 주제를 자기가 정해야 했었거든요. 위에서 보기엔 미숙하기 짝이 없어도 진지함, 나름의 정리된 생각들이 효과가 있었던 거죠.
이쯤에서 ‘아 나는 대학생활 내내 놀기만 했는데 무슨 잘난 척’이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경험은 화려한 이력과는 다릅니다. 동아리에서 일일카페를 기획하면서, 삐진 친구를 달래고 설득하면서, 엄마 대신 반상회에서 싸워가면서 배우는 게 생각보다 값집니다. 뭐든지 열심히 하세요. 어차피 기자는 고고하게 앉아 논문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대중을 위해 사회의 온갖 이야기들을 전하는 컨텐츠 생산자 아닙니까.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끼고 생각을 정리하라는 말 외에 몇 가지 시험 준비의 팁을 드리고 싶은데요.
여기 선배 분들도 계셔서 이런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회사에 와서 보니 기자들 성격이 그다지 아름답지만은 않더라고요. 평소엔 한없이 좋다가도 마감이나 사실(fact) 문제에 있어서는 굉장히 엄격하고 성격도 다소 급한 데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글을 읽고 평가를 내릴 독자들의 특징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인내심 많은 독자는 아니라는 거죠. ‘바야흐로 공자가 말씀하시길…’ 이렇게 시작하면 짜증냅니다. 초입부에서 시선을 붙들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줄 제목으로 바로 뽑을 수 있을 수 있는, ‘야마’가 분명한 글을 좋아하세요. 그분들이 그런 글을 써왔던 도사들이시거든요. 기사는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우면서도 동시에 깊은 의미, 정확한 정보도 있어야 하잖아요.
당연히 그 짧은 시간에 이 모든 요건을 만족하는 완벽한 글을 써내기는 어렵죠. 하지만 그 까다로운 독자를 설득시켜본다는 오기로 최선을 다해 많이 읽고 쓰면 그 흔적이 어디선가 나타나 독자를 감동시킬 겁니다.
두 번째로는 인턴실습이나 면접은 회사가 나를 평가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여러분이 회사를 평가하는 시간이라는 걸 생각하세요. 당당히 주관을 가지고 나 이런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세요. 또 막연히 기자에 대한 환상만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실습 면접을 통해 기자라는 직업의 실체에 대해 파악해보고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세요.
그럼 저는 실제로 기자가 되어 보니 어떤지 궁금하시겠지요. 저는 신문 기자이니 신문기자로서 좋은 점들을 말씀드릴게요.
첫째, 얻을 수 있는 경험, 지식의 폭이 상상 이상입니다. 지금 저희 팀 나와바리(출입처)가 백화점 할인점 인터넷쇼핑몰 등 유통, 패션 화장품 가구 식음료 등 소비재, 소비자들의 소비성향 트렌드 정도입니다. 까르푸 인수 뒷얘기를 주요기업 CEO에게 직접 듣고, 뉴욕컬렉션에 진출한 디자이너를 만나 우리나라 디자인 경쟁력에 대해 얘기도 합니다. 명품 가방을 하청 받아 만드는 중소기업 창업주를 만나 살아온 얘기에 감동도 먹죠. 그림, 화면이 있어야 되는 방송 뉴스보다 제약이 적어 재밌고, 궁금한 대로 취재하고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게 좋아요. 신문사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많습니다.
언제든지 이직하듯 다른 분야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우리는 부서가 바뀌면 회사가 바뀐 것 같다고들 해요. 저도 이러다 사회부에서 경찰들과 형님 아우 버전으로 갈 수도 있고 문화부에서 가수 비와 대면하고 드라마 보는 게 업이 될 수도 있겠죠.
이런 와중에서 또 트라이 앤 에러를 거치며 원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고 그 분야에서 성장해 나갈 수도 있어요. 요즘은 회사에서 커리어플랜을 내라고 하는데 여기서 원하는 분야가 뭔지 계속 어필할 수 있습니다.
둘째, 리더십 훈련이 됩니다. 기자는 결국 사람 대하는 일인 것 같아요. 통계 수치가 필요하다. 그거 다 제가 조사해 낼 필요 없습니다. 알 만한 사람 찾아내서 그 사람을 설득하고 도움을 받고 또 다른 선수들을 찾아 그들을 잘 다루면 됩니다. 다양한 사람들,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과 평등하게 대화하는 법도 배우죠. 아이디어를 취재를 통해 구체화하는 추진력도 배우고요. 어느 회사가 신입사원에게 이 정도의 권한을 믿고 주나요.
그럼 하루하루가 행복 하느냐. 그렇진 않아요. 무지 힘들어요. 스트레이트 많은 부서는 날마다 특종 싸움에 지치고 저희같이 기획으로 승부해야하는 팀은 머리를 쥐어짜야 합니다. 가끔 아이디어 내라는 꿈을 꾸기도 해요.
연차 높은 선배일수록 편해 보여야 참고 일할 텐데 더 힘들어 보여요. 저희 부장은 자식 챙기듯 마지막 판까지 매일 챙겨요. 그러다보면 밤 12시 넘는 건 예사죠. 국장은 더하시고요. 그렇다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 같지도 않아요. 여자들은 더 힘들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열정을 잃지 않는 선배들을 보면 절로 힘이 나고 닮고 싶고 배우고 싶다는 희망이 다시 생깁니다.
기자를 준비하면서 자신감을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뽑는 인원도 너무 적고, 고시처럼 공부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이럴 때일수록 자기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열정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단 거 잊지 않길 바랍니다. 어차피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밀고 나가세요. 그게 큰 힘이 될 겁니다.
신지영 (MBC)
기자가 되려면? 어려운 질문입니다.
후배가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요즘 아침마다 다소 거친 단어들을 입에 달고 삽니다. 수습 교육이라는 것이 다소 비인간적인 부분이 많거든요. 잠 못 자게 하면서 못 챙겼다고 뭐라고 하고, 하나라도 물 먹으면 또 그걸로 한 시간 혼내고. 반대로 그런 생활의 반복을 제가 1년 전에 견뎠다는 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기자가 된다는 말은 그런 과정을 말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건 외부적인 압력 같은 것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여기 계신 분들이 말하는 ‘기자가 된다’ 는 말과 제가 받아들이는 ‘기자가 된다’는 의미는 그 범위가 조금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아무튼 그 시작은 입사 전부터 이뤄지는 것이니 제가 드리는 말씀이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 원래 PD 지망이었습니다. 입사 지원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전 PD가 저한테 맞을 거라고 믿고 있었지요. 그 인생의 줄기를 바꾼 것이 한 일간지 대학생 인턴기자에의 지원이었습니다. 사실 2개월 동안 상당히 별로였어요. 기자생활이라는 것. 계속 고민해야 하고 스트레스 받아야 하고 시간 여유 없고. 인턴 생활만으로도 그런 걸 느꼈다면 실제는 거기에 1.5 정도를 곱해서 생각해야겠지요?
그런데 이상한 건, 인턴 생활을 끝내고 나서였습니다. 뭔가 허전한 느낌. 문득 문득, 아, 그 때는 재미있었지. 라고 생각되는 것. 그런 게 있었어요. 그래서 MBC에는 기자로 지원하게 됐습니다.
지원 3개월 전까지 PD 지원이었다, 그건 제가 기자 시험 준비를 3개월밖에 못했다는 말이죠. 게다가 2개월은 신문사 인턴. 그러니 기초 공부를 할 시간은 고작 한 달뿐이었어요. 그래서 사실 벼락치기나 다름없는 준비였습니다.
사실 각 단계별로 이렇게 준비해라, 저렇게 준비해라 말씀드리는 건 오히려 도움이 안 될 것 같습니다. 벼락치기 방법을 가르쳐드리는 셈이 되니까요. 그래도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것들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1) 일단 오디오 연습입니다. 전형 과정 중에도 기사를 주고 읽게 하는 오디오 테스트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 능수능란한 사람을 뽑지는 않아요. 그 대신 가르쳤을 때 가능성이 있는 정도만 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디오 테스트와 함께 하는 면접 내용이 더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디오 연습을 말씀 드리는 건, 입사 후에 정작 문제가 된다는 겁니다. 안정된 오디오를 갖는다는 건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입사하고 나서 바쁘고 잠 잘 시간 없는 생활 속에서 따로 연습을 한다는 건 어렵습니다. 그래서 입사 전에 시간이 있을 때 많이 갈고 닦아두는 게 좋다는 겁니다.
2) 자기소개서는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세요. 1차 면접 때는 자기소개서에 나온 이야기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 이야기 그대로 질문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러 한번 꼬아 질문을 하기도 하고 악의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부풀려 쓴 자기소개서는 스스로 판 함정과 같습니다. 진실 되게 쓴 자기소개서가 서류 심사의 통과 뿐 아니라 면접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3) 면접을 위해 사회 문제 근본에 대해 고민하세요. 현상만 달달 외워 만든 상식만으로는 면접관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현상의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스스로는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깊이 생각하세요. 면접관들은 정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상식 수준과 동시에 가치관을 보기 위해 면접을 보는 겁니다. 상식만 요구했다면 필기시험을 어렵게 출제하면 되겠지요? 면접에 대해 하나 더 말씀드리면,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만약 면접에서조차 자기 소신을 밝히지 못한다면, 그런 사람을 기자로 채용하려 할까요?
4) 사회에 많은 관심을 가져두세요. 전 대학생활의 대부분을 학교 과제와 아르바이트, 그리고 제가 좋아하던 공부에만 관심을 쏟았죠. 그래서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한 관심은 덜했습니다. 공부만 하지 말고 많이 노세요. 방 안에서 혼자 노는 거 말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걸 말해요. 기자생활에는 오히려 득이 될 수 있습니다. 일단 체질 개선하는 게 어렵거든요. 늦게 까지 술 마시고 놀아야 하는 생활에 적응하려면 몇 개월은 걸립니다. 사회를 보는 시각을 새로 넓혀나가야 하는 것도 있고요. 심지어 휴일 스케치를 하러 나가서도 ‘좀 더 놀아둘 걸’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5) 자신이 왜 기자가 되고 싶은지 고민하세요. 면접 때 말할 수 있는 이유도 좋겠지만, 자기 스스로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이유를 고민하세요. 어려울 때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이유를 찾으세요. 입사 전에 찾은 이유도 정작 입사 후 다시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고민할 여유조차 없을 때가 많아요. 어차피 평생 해야 할 고민이지만, 최소한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기둥을 마음속에 세워두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기자를 꿈꾸는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는 함께 현장에서 뛸 수 있기를 바라며.
나만의 시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준비를
황혜경 (YTN 사회부)
『난생 처음 기자직 면접을 봤다. “왜 기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어떻게 답해야 할 지 턱 막혔다. 학창 시절 열심히 취재하고 기사를 썼던 기분을 돌이켜봤다. 케케묵은 자료며 기사들을 벽장에서 꺼내 그 당시 내가 무슨 마음으로 취재를 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왜 기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는지 등을 차근차근 떠올려봤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너무나도 이상적인, 피터팬 같은 생각이었다.
“보다 살 만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조하고 싶다는 것”
나는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애국심’이란 거창한 용어는 별로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태어난 나라, 내가 자란 나라, 우리 가족이 사는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아끼는 마음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아무리 다른 나라가 살기 좋고 편하다고 해도 나는 우리나라를 떠나서 살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평생을 살아갈 이 땅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고 싶고,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
금력에 의해 진실이 호도되는 사회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다. 나는 우리나라가 아직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엔 언론도 한 몫을 한다. 사회적 약자, 비주류, 소외 계층에게 귀 기울이고 그들의 눈과 입이 돼 주어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진실을 전달하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을까? 이는 내가 기자가 된다면 늘 마음에 품어 꼭 달성해야 할 목표다.』
이 글은 제가 한 언론사 면접시험에서 낙방한 뒤 쓴 글의 일부입니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부끄러운 글입니다만 이 글을 통해 기자를 지망하시는 분들께 두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옮겨 적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나는 왜 기자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비를 넘길 때마다 또는 고비에서 낙방할 때마다 글을 써두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소위 ‘언론고시’라 불리는 언론사 입사시험에 최종 합격하기 위해서는, 물론 단 한 번에 합격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저처럼 7전 8기를 각오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왜 기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고 그에 대한 자신만의 명확한 답이 있어야 언론사에 입사하기까지의 그 길고 긴 시간동안 방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글은 자신에게 쓰는 편지도 좋고 다른 사람에게 공개할 후기도 좋습니다. 떨지 않고 편안하게 면접을 치르는 강심장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 청심환을 미리 먹어야할 정도로 카메라 테스트나 면접은 긴장되는 경험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당시 받았던 질문이나 분위기 등을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망쳤다’고 생각되더라도 의외로 붙는 경우가 많으므로 100% 실력 발휘를 못했다 하더라도 집에 돌아와 차분한 마음으로 글을 써보기를 권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받은 질문과 자신이 한 답변을 적고, 만약 그 질문에 다시 답변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적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함께 들어간 면접이라면 다른 지원자가 받은 질문도 적고 자신이라면 어떻게 답했을지도 생각해 적어두십시오. 빠르면 몇 달 후 또는 일 년 후에 있을 비슷한 상황을 준비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서두로 간략하게 드리고 싶었던 말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몸담고 있는 YTN에 보다 무게를 두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올해 YTN 공채는 짧은 기간 동안 속전속결로 치러졌습니다. 그 때문에 매번 포함됐던 ‘인턴 시험’을 저는 치르지 않았습니다. 인턴시험은 약 3일간 실제로 경찰기자 역할을 맡겨 그 결과를 점수에 반영하는 것으로, 10명 중 2명 정도가 이 관문에서 탈락했다고 합니다. 올해에는 1차 서류전형, 2차 필기시험(상식과 논술), 3차 오디션+토론, 4차 임원 면접 순이었습니다.
1) 서류전형 - 나는 어떤 사람인가?
토익점수만 있으면 서류전형은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상당한 토익 점수를 갖고도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그만큼 서류전형에 적는 모든 카테고리에 공란을 두거나 분량 미달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고, 특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는지, 앞서 말한 왜 기자가 되고 싶은지를 잘 전달해야 합니다. 기졸업자의 경우 졸업을 한 뒤 무엇을 했는지 밝히는 것도 중요합니다. ‘졸업 후 언론사에 입사하기 위해 공부했다’는 것은 좋은 경력이 될 수 없습니다. 바꿔 말하면 졸업할 때까지 언론사에 입사하지 못했다면 언론사 입사에 도움이 될 만한 무언가를 꼭 찾아 일하십시오. 소규모 언론사에 입사한다든지 시민기자로 활동한다든지 아니면 언론 관련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언론사 인턴 기회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정부 부처나 국회에서 인턴 경험을 쌓는 것도 후일 기자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YTN의 경우 서류전형을 합격한 인원이 전체 지원자의 1/4도 채 못 될 정도로 적었습니다. 서류전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필기시험 - 나만의 생각 갖기
올해 YTN의 경우 필기시험은 상식 50문제와 논술로 이루어졌습니다. 상식에는 국어와 한자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출제유형이나 난이도는 언론사마다 다르고, 같은 언론사라도 매해 다르기 때문에 ‘이렇다!’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저는 상식시험을 보기 전 YTN의 기출문제를 찾아 공부해 보았습니다. 언론고시 카페의 복원방을 이용했는데 모두 기억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복원이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았고 설명도 없었지만, 하나하나 분석하며 몰랐던 상식들을 정리했습니다. YTN의 문제유형을 파악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받았고, 운이 좋았던 것인지 그 중 한두 문제가 올해도 비슷하게 출제되었습니다.
노하우라고 할 것도 없지만 제가 했던 상식 공부 방법은 SPA를 잊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SPA책을 구입했고 여러 스터디를 전전하며 대강 훑어보기는 했지만, 불필요해보이는 지식이 너무 많고 틀린 부분도 많은데다, 우선 너무 두꺼워 정치․경제 부분만 계속 보지 뒤편에 있는 문화․스포츠까지 보기는 힘든 책이었습니다. 언론사 필기시험 또한 최근 시사상식 위주로 출제되기 때문에 SPA보다는 매일매일 업데이트되는 신문에 등장하는 상식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문이나 잡지, TV 등 매체를 접하며 새로 접하게 되는 용어나 상식들을 스터디 카드에 적어 평소에 가볍게 들고 다니며 공부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상식의 경우 단편적으로 한두 가지 사실만 적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해인사 팔만대장경’이라면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의 세계문화유산은 몇 가지가 있는지, 각각의 역사와 특성은 무엇인지, 세계무형유산과 세계기록유산에는 한국 문화재가 몇 개나 있는지, 몇 년도에 등재됐는지 등 관련지식을 모두 모았습니다. 이름하여 ‘거미줄 공부법’입니다. 이렇게 정리하다보면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다면화된 자신만의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암기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논술의 경우에도 기출문제를 살펴보니 시험 즈음에 가장 이슈가 되는 문제가 매우 포괄적인 형태로 출제된다는 경향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올해 논술 주제는 양극화 시대의 언론인의 역할과 다채널 다매체 시대의 YTN의 방송전략 중 택 1이었습니다. 양극화 문제는 연초부터 모든 언론사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주제이고, 다채널 다매체 시대의 전략 또한 늘 회자되는 것이기 때문에 차별성 있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솔직히 논술, 작문을 많이 써본 편은 못 되지만 매달 각 언론사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이슈들을 정리해 목록을 만들고 (매달 10개 정도) 그에 관련된 토론 프로그램이나 사설, 칼럼 등을 읽고 정리했습니다. 몰랐던 정보는 다시 찾아 적어두고 제 생각을 보충해줄만한 수치나 통계자료는 되도록 외웠습니다. 같은 내용으로 주장하더라도 통계를 인용하면 훨씬 더 신빙성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각각의 이슈들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갖는 것입니다. 매달 10여개에 달하는 이슈들에 대해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 그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해 몇 가지만이라도 자신의 생각과 주장, 근거를 마음속에 정리해 두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경제나 교육 문제는 단연 1순위겠죠.
3) 오디션+토론 - 대안을 제시하라!
3차는 오디션과 토론이었는데 오디션은 카메라 테스트, 토론은 토론이라기보다는 시사문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묻는 면접과 같았습니다. 10여개의 조로 나뉜 지원자들이 스튜디오에 조별로 들어가 한 명씩 기사를 읽은 뒤(내신, 외신) 바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토론면접 중에도 녹화는 계속되기 때문에 질문에 대한 대답뿐만 아니라 표정, 입모양, 손짓 등도 중요합니다. 스튜디오 밖에서 시험관들이 카메라를 통해 모두 지켜보기 때문입니다.
오디션 즉, 카메라 테스트는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천천히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기사를 읽을 때 고개나 어깨를 움직이지는 않는지, 입 모양이 비뚤어지지는 않는지 미리 점검하고 시험 전까지 최대한 고쳐야 합니다. 그것이 몸에 배지 않으면 실제 시험장에서는 무척 떨려서 원래 버릇 그대로 나타날 위험이 있습니다.
토론에서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조리 있고 설득력 있게 말하는 것 플러스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8.31 부동산 대책의 후속대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는데 정부의 후속대책에 대한 이유 있는 비판을 하되 비판에 그치지 않고 제 나름의 대안을 마지막에 언급했던 것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4) 최종면접 - 떨고 있는 자신을 긍정하세요
합격자 발표는 오디션+토론면접 바로 다음날이었습니다. 발표 후 4차 시험까지 약 3-4일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저는 그 시간동안 YTN뉴스 모니터링을 하는 한편, YTN이 어떤 회사인지에 대해 심도 있게 알아보았습니다. YTN 윤리강령도 찾아 읽어보고 홈페이지에 있는 ´YTN 10년사´(PDF파일)를 찾아 읽어보았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은 회사였지만 사원들이 가족처럼 합심해 지금의 YTN을 만든 과정을 읽으며 저 또한 그 일원이 되고픈 마음도 커졌습니다.
최종면접은 정각 10시에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장님을 포함해 임원 3분께서 평가하셨고 지원자는 한 명씩 들어갔습니다. 서류를 일찍 제출했기 때문에 제가 첫 번째였는데, 가족관계, 학창시절, 경력에 관한 간단한 질문 뒤에 두 가지 정도 사안을 주시고 제 가치관에 대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길고도 짧게 느껴지는 시간이기에 간단한 질문이라 하더라도 그 의도를 읽고 그에 맞게 충분히 답변하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솔직히 저는 그런 센스는 별로 없어서 심사위원께서 여러 번 비슷한 질문을 하게 만들었지만)
최종면접. 마지막 갈림길이죠? 물론 떨립니다. 떨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지만 얼마나 있겠습니까. 누구나 다 떨립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점입니다. ‘떨고 있는 자신을 긍정하라.’ 긍정하면 차분해지고 여유 또한 생깁니다. 주제넘은 말이지만,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고 마음을 편안히 해야 할 순간이 있다면 바로 최종면접 직전 대기실에 앉아있는 그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왜 기자가 되고 싶은지’를 떠올리며 눈빛을 반짝이시기 바랍니다.
사족으로 몇 가지 덧붙인다면 ‘자신감을 가지세요’, ‘건강 꼭 챙기세요-다부져 보이는 건 하루 이틀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책에서 읽은 좋은 문구는 따로 노트에 적어보세요-당장은 귀찮지만 나중에 큰 도움이 됩니다’ 등이 있습니다. 아직 수습기간도 마치지 못한 햇병아리 기자로서 주제넘은 말씀을 너무 많이 드린 것 같습니다. 부디 지금 가슴에 품고 계시는 소망, 열정, 꿈을 잃지 마십시오. 여러분을 조만간 꼭 다시 뵙겠습니다.
첨부파일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