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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한·일 세미나 후기

작성일2003-10-10

조회수4621

세미나 중계 - 한·일 세미나 참가기

역사가 존재하는 그곳, 교토를 다녀와서

김잔디 (YTN 사회2부)

아침부터 괜히 기분이 좋았던 그 날... 회사 선배로부터 전화 한 통이 내 심장을 뛰게 했습니다.
“이번에 여기자 협회에서 일본으로 세미나를 가는데, 네가 갈 수 있겠니?”
“일본이요? 정말요? 진짜요?” 너무 좋아서 호들갑을 마구 떨었습니다.
입사 4년째를 보내고 있는 저는 이번 출장이 입사 이후 첫 출장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 바쁜 와중에 부서에서 선배들이 출장을 보내줄까?’라는 생각이 곧 들었습니다. 우려는 기우에 그쳤고 부장님과 선배들은 흔쾌히 다녀오라고 허락을 해 주셨습니다.

첫 날, 오사카에 도착해 첫 일정인 아사히신문사 견학을 하면서 ‘3박 4일 동안 일본 구경하고 푹 쉬어야지’ 라고 생각했던 제 생각에 일대 수정이 필요함을 실감했습니다. 아사히신문사의 견학은 단순한 ‘구경’이 아니었습니다.
아사히신문 오사카 지점의 편집국장과 사회부장 등과 함께 가진 다과회는 편집회의를 해야 한다며 국장이 자리를 뜰 때까지, 무려 4시간 동안에 걸쳐 계속됐습니다. 우리 여기자 선배들의 열띤 취재(?)와 토론에 아사히의 부장들도 매우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아사히신문에서의 여기자의 위치와 비중 등의 문제부터 경영, 조직관리까지...방대한 질문과 대답이 오갔습니다. 이미 선배들은 일본에서의 여기자들에 대해, 그리고 일본의 언론사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오신 것 같았습니다.

둘째 날의 세미나 일정도 역시 빡빡했습니다. 아침 일찍 시작한 세미나는 점심시간을 늦추는 것도 모자라 점심을 먹으면서까지 계속됐습니다.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다양한 고찰이 이뤄졌습니다. 특히 언론인으로서 서로에게 갖고 있는 선입견과 무지함에 대해 기탄 없는 대화들이 오고 간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세미나라는 통로를 통해 한국과 일본 여기자들과 참석자들은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 수도 있었고, 앞으로의 보도 방향에 대해서도 짚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역사가 살아 숨쉬는 교토’ 교토를 돌아본 것도 무척 소중한 추억입니다. 일본에 머문 나흘 내내 비가 내렸지만, 오래된 도시의 향기에 어울리는 날씨였습니다. 전설처럼 이름이 알려진 법륭사, 조선의 혼이 서려 있는 도자 박물관 등을 돌아보면서 일본 안에 그대로 살아있는 우리 문화 유산의 아름다움과 역사에 대한 아픔을 함께 느꼈습니다. 또, 소설 속에서 만났던 금각사,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묘지 등을 둘러보면서 일본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경험도 맛보았습니다.

이러한 공식적인 일정도 풍요로웠지만, 여행 일정 중간 중간에 가진 여자 선배님들과의 이야기는 기자 경험이 미천한 제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난 4년 동안 기자라는 이름으로 생활하면서 ‘내가 기자를 뭐 얼마나 하겠냐’라는 생각 때문에, 또 다른 개인적인 고민들 때문에 5년 뒤, 그리고 10년 뒤에 언론사에서의 제 모습을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선배들과의 대화를 통해 제 짧은 생각들을 후회했고, 또 어떻게 앞으로 기자로서의 생활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선배들은, 남자 위주의 기자조직에서 어떤 방법으로 ‘살아 남으셨는지’에 대해, 아주 힘들었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었노라고 말해 주셨습니다. 그 동안 회사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그 누구도 제게 해준 적이 없는 충고와 지혜들을 아낌없이 나눠주셨습니다.

“적을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나를 믿어주는 사람을 만들라”는 말은 가장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하루 하루를 ‘때우면서(?)’ 회사에 다녔던 제게 아주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들이었고, 3박 4일을 너무도 값진 시간으로 만들어 준 대화였습니다.

점점 언론사에서의 여기자의 숫자가 늘어나고, 비중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습니다. 후배들은 계속 들어오면서, 너무도 남성 위주인 언론 조직에서 ‘여기자 선배’에게 궁금하고 도움을 구하는 후배들도 늘었습니다. 그 동안 아주 피상적인 이야기 외엔 여기자 선배로서 보여줄 것도, 해 줄 이야기도 없었지만 이제 조금은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세미나 기간동안 보고 느낀 것들로부터 저 자신이 자랐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저 역시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선배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결심도 새롭게 다진 값진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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