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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김희준 기자 연수기(1) - 미국 대학 캠퍼스 라이프
작성일2011-12-19
조회수9305
김 희 준
(YTN 보도국 차장대우)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연수하기 위해 뉴저지에 둥지를 튼 지 넉 달이 지났다. 연수 생활은 기자경력과 인생의 반환점에서‘일에서 벗어난 장밋빛 같은 시간’으로 시작되지는 않았다. 두 달여는 낯선 땅에서 정착하느라 진땀 흘렸고, 태풍 아이린으로 비상사태를 맞았는가 하면 때이른 10월 폭설과 정전사태로 1주일을 추위와 암흑 속에서 떠는 이재민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에서 하루하루 만나는 색다른 경험들은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하면서 나를 한층 성장시켜주고 있다.
무엇보다 40대에 맛보는 미국 대학 캠퍼스 생활은 큰 자극이 되고 있다. 나는 컬럼비아대학 웨더헤드 동아시아 연구소 (Weatherhead East Asia Institute) 방문연구원으로 한국, 일본, 중국에서 온 각계 전문가들과 교류하면서 저널리즘 스쿨 청강과 브라운백 런치 강의 등에 참가하고 있다.
저널리즘 스쿨에서는 학부 강의부터 박사과정 세미나까지 두루 청강하는데 강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교수와 학생 사이에 질문과 답변이 끊이지 않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다. 예닐곱 명의 소규모 세미나든 50여 명이 듣는 대규모 강의든 어떤 강의실을 들어가도 2-3시간 동안 학생들이 끊임없이 손을 들어 질문하고 자기 의견을 피력하며 교수와 유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최근 ‘질문 없는 한국대학 강의실’ 문제를 지적한 기사를 백분 공감하며 읽었다. 초·중·고 내내 일방적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학생들이 대학에서도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이렇게 해서는 새 시대를 이끌 창의적인 인재가 결코 길러질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 일등 국가의 창의적인 인재가 만들어지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한없는 부러움을 느끼고 있다.
지난 9월 생전 처음 설레는 마음으로 들었던 Brown Bag Lunch Lecture도 이젠 일상이 됐다. 컬럼비아대 찰스 암스트롱 교수를 비롯한 미국인 3명의 북한 방문 보고 'A Chainging North Korea', 일본 Cute Culture에 대한 고찰, 중국의 제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대한 비판적 분석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가 곳곳에서 마련돼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특히 '이용과 충족 이론'으로 유명한 커뮤니케이션 학자 Elihu Katz의 특강은 이른바 '미디어 이벤트' 가 재난, 테러, 전쟁 보도로 압도되고 있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보면서 어떻게 본질을 놓치지 않는 보도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Brown Bag Lunch Lecture 참석자들은 대게 가벼운 점심을 싸 들고 오지만 샌드위치나 피자를 제공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점심값도 아끼고 유익한 강의도 듣는 일석이조가 되기도 한다. (학교 일정을 검색하다 'Lunch will be served' 문구가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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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든 세계적인 석학의 특강에 자리한 것도 가슴 뛰는 일이었다. 지난 10월에는 비판적 지식인 노암 촘스키의 강연과‘빈곤의 종말’ 의 저자이자 진보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의 강연이 잇따라 열렸다. 미국의 대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노암 촘스키의 강연은 1시간 전 도착했는데도 이미 200여 미터 줄이 늘어서 있을 정도였다. 결국 나보다 몇 사람 앞에서 입장 줄이 끊기고 말았다. 하지만 들여보내달라는 항의로 소란한 틈을 타 강연장에 잠입(?)하는데 성공, 촘스키 교수를 코 앞에서 보는 영광을 누렸다. 촘스키 교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포로 교환을 다룬 10월 12일자 뉴욕타임즈 1면 기사가 팔레스타인측의 입장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비판으로 시작해 1시간 내내 미국의 대 이스라엘 우호 정책을 공격했다. 강연 뒤 Q&A 시간에도 질문이 끊어지지 않으면서 분위기는 뜨거웠다.
활발한 저작 활동과 강연으로 현실 비판을 아끼지 않아온 세계적인 스타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교수의 신작 저서‘The Price for Civilization (문명의 대가)’출판 기념 강연에도 많은 인파와 열기가 넘쳤다.'Occupy Wall Street' 시위에도 직접 참여했던 삭스 교수는 강연 내내 미국 소수 금융 자본의 부도덕과 부패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의 강연은 내게 큰 지적 자극이 되었을 뿐더러 따끈따끈 갓 출판된 원서를 읽는 행복도 함께 선사했다.
이밖에 Occupy Wall Street 현장을 직접 찾았던 일이나 스티브 잡스 타계 이후 맨해튼의 애플 매장에서 추모 열기에 동참했던 일,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뉴욕증권거래소에 CNBC 관계자의 도움으로 견학 기회를 가졌던 것 등 잊을 수 없는 경험들이 내 연수생활을 채워가고 있다.
또한 세계 문화의 중심지 맨해튼에서 누리는 다양한 문화공연들은 연수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맨해튼에서 저렴하게 공연 보는 팁들은 다음 연수기에서 함께 나누고자 한다.
기자 경력 17년 만에 이처럼 보석 같은 재충전의 기회를 갖도록, 만만찮은 미국 동부의 학비와 생활비에 큰 도움을 주신 여기자협회와 MCM 성주재단 측에 이 면을 빌어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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