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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해외연수기] 미국의 STOP 사인 그리고 교통사고_KBS 김나나
작성일2020-12-23
조회수2831
![[2019 해외연수기] 미국의 STOP 사인 그리고 교통사고_KBS 김나나](/upload/board/memboard/김나나_썸네일.jpg)
미국의 STOP 사인 그리고 교통사고
KBS 보도본부 김나나
University of Georgia(미국 조지아주 애선스)
미국에서의 운전 피로감은 분명히 덜하다. 뉴욕 같은 대도심이야 얘기가 다르겠지만, 대부분 도로에서 대한민국 서울 도심과 같은 정체 현상은 드물다. 그래서 크루즈 컨트롤, 정속 주행 장치가 매우 유용하다. 차량 막힘이 없다보니 일정한 속도를 지정하면 브레이크도 액셀도 밟지 않고 1시간을 넘게 운전한 적도 있다. 물론 땅이 넓고 밀도가 낮은 게 이유겠지만, 신호등이 없는 도로가 많은 것도 주된 이유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영어의 프리웨이(freeway)를 ‘고속도로’ 라고 번역하지만, 사실 그 진짜 의미는 신호등이 없는(free) 도로에서 온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내가 사는 조지아 주 보가트시의 경우 더더욱 신호등 설치에 인색하게 느껴지는 구간이 많다. 차량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구간에선 신호등 대신 STOP 사인으로 특정 방향 차로 진행을 통제한다. 내가 주행하는 구간에 STOP 사인이 나타나면, 무조건 멈추고 3초가량 기다린 뒤 차가 오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알아서’ ‘잘’ 건너가라는 의미이다. 문제는 이런 구간에서도 출퇴근 시간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엔 차량들이 밀집해, STOP 사인 앞에 선 차량들이 진입할 기회를 잡는 게 불가능한 경우가 왕왕 생긴다는 점이다.
나의 사고도 그렇게 벌어졌다. 2019년 8월, 그 날은 미국 학교 새 학년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게다가 코로나 유행으로 상당수 학부모들이 아이를 스쿨버스에 태우는 대신, 직접 아이를 태워 학교로 향했다. 차량들은 몰렸고 보기 드문 정체 현상이 시작되었다. 사고가 난 장소는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 교차로인데, 학기 철엔 꼭 경찰이 출동해 STOP사인 앞에서 우왕좌왕 하는 차량들의 진입 순서를 정해주는 곳이었다. 그런데 개학 첫 날인 걸 인지하지 못했던 건지 그 날, 경찰이 없었다.
나는 STOP 사인 앞에서 수분을 기다렸다. STOP 사인이 없는 방향을 지나는 차량들은 쌩쌩 지나가고 나에겐 도무지 기회가 오지 않았다. 내 맞은 편 차량 역시 나처럼 기다리긴 마찬가지였는데, 우리는 서로의 눈빛에서 당황함과 초조함을 읽었다. 그리고 순간 기회가 왔다고 판단한 순간 우리는 각자 앞으로 향했다. 내 맞은 편 차량은 건너가는데 성공했지만 나는 앞으로 진입한 순간 오른쪽에서 튀어나온 차량과 크게 부딪히고 말았다. 오른쪽에서 길게 늘어선 차량들로 인해 그 뒤 쪽 상황을 보지 못한 게 이유였다. 이래서 (그날만 빼고) 매일 경찰이 있었던 것이었다.
에어백이 터질 만큼 꽤나 큰 충격이었고 상대 차량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제야 경찰이 출동했고 사고 조사가 시작됐다. 물론 나는 안전운전을 위해 노력했고 전방 주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는 STOP 사인을 충실히 지킨 뒤 안전하게 주행하는데 실패한 셈이 됐다. 나는 차가 계속 지나가는 한 미국의 교통 법규 상으로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계속 기다렸어야 마땅했다. 나는 출동한 경찰에게 이 구간은 신호등이 있거나 경찰의 수신호가 반드시 필요한 곳이라고 지적했고 경찰 역시 사고가 많은 구간이라며 나에게 동의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렇다고 교통법규 위반 무죄가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딱지를 받고 사인했다. ‘failure to yield when entering road' (도로 진입 시 양보하지 않음)가 위반 사유로 적혀있다. 또한 ’failed to yield to cross traffic after stop sign causing accident' (스톱 사인 구간에서 양보하지 않아 사고를 야기함) 가 부연 설명돼 있다.
법원에 출두해 유독 그날만 경찰이 없었던 상황을 설명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온라인으로 확인한 나의 벌금은 주변에서 STOP사인 위반 시 냈다고 들었던 금액보다는 훨씬 낮았다. 사고가 잦은 곳임을 감안한 것인지 벌금은 100달러 정도였고, 나는 온라인으로 벌금을 내고 사고 처리를 마무리했다.
차량은 폐차되었으나 보험 처리 과정에서 내가 인수할 때 지급한 금액보다 더 높은 액수를 책정 받아 큰 문제는 없었다. 무엇보다 나는 혼자 운전 중이었고 신체적 외상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미국의 교통 시스템을 원망하기 이전에 조심 운전을 다시 한 번 마음에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만으로 감사한 경험이다.
미국에 비하면 한국의 교통 신호 체계는 매우 친절하다. 차량들이 몰리는 사거리에 신호등이 없을 리는 만무하다. 미국의 면적은 9,826,675km² 이며 미국 도로의 길이만 총연장 10만 km 라는 추정도 있다. 그 넓은 영토에 일일이 신호등을 설치하기 보다는 밀도가 적은 곳들 위주로 STOP 사인 표지만 두는 게 더 경제적이며 괜한 체증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신호등 없는 STOP사인 구간에서 사고가 빈발하며, 점차 신호등이 생기거나 회전교차로가 만들어지는 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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