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자들의 자기 계발을 위해 해외에서 1년간 공부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성주 재단 후원으로, (2010~2016), 언론인 경력 7년 이상인 회원 여성기자들 가운데 대상으로 선정합니다.
[2019 해외연수기] 미국서 경험한 ‘Stay at Home’_국민일보 조민영
작성일2020-10-27
조회수2830
![[2019 해외연수기] 미국서 경험한 ‘Stay at Home’_국민일보 조민영](/upload/board/memboard/noname02.jpg)
미국서 경험한 ‘Stay at Home’

국민일보 조민영
Portland State University(미국 오리건 포틀랜드)
2020년 새해가 시작되자 1년의 연수 절반이 꺾였다는 게 실감났다. 반년 여 남은 시간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지 여러 계획을 세우는 사이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상황도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구정을 지나면서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커진 불안을 확인할 수 있었다. 2월 연휴를 낀 주말에 맞춰 우리를 방문할 계획이었던 친구네 가족이 고민 끝에 여행을 취소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에 있는 내게 코로나19는 아직 먼 얘기였다. 친구네와 함께 가려고 열심히 짠 캐나다 오로라 여행이 무산된 것이 그저 아쉬웠다.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신종 플루 당시 취재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내심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좀 지나면 기저 질환자가 아닌 이들에겐 또 별일 아닌 게 될 수 있다’는 오만 섞인 생각이 있었다. 그런 생각에는 미국 내 분위기도 영향이 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전면 취소하고, 14일 내 중국 경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초강경 조치를 가장 먼저 결정함으로써 ‘미 대륙은 안전지대’가 된 듯한 착시현상이 일어나던 터였다. 9월 현재까지도 틈만 나면 코로나19를 ‘중국 우한 바이러스’라고 명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먹히는 듯했다. 바이러스 자체보다도 아시안을 향한 혐오가 더 우려됐다.
친구네가 못 오면서 취소된 연휴 여행을 어찌할까 고민하던 나는 살짝 방향을 틀어 캐나다 겨울 여행을 감행하기로 했다. 기회가 될 때 안 가면 후회한다는 ‘연수자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 포틀랜드와 캐나다 캘거리 공항은 마스크를 쓰면 오히려 아시아인임을 티 내는 것 같아 눈치 보일 정도로 아직은 평온했다.
2월 둘째 주말의 그 여행이 미국에서 오리건 주 경계선을 넘는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은 그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다.
3월 ‘스테이앳홈(stay at home)’의 시작
상황은 급속도로 변했다. 여행을 다녀온 지 2주가 채 되지 않아 미국은 접경 국가인 캐나다로의 ‘비필수 이동’을 금지했다. 사실상 국경을 닫은 것이다. 무엇보다 오리건주와 붙어 있는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중국인이 많이 살고 그만큼 왕래도 많은 지역인 탓이었다. 오리건주는 인구 밀도가 낮고 주요 대도시가 없는 만큼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3월 8일 오리건 주는 ‘스테이앳홈(stay at home)’ 명령을 내렸다. 말 그대로 ‘집에 있으라’는 명령이다. 한국에선 겨울 방학 후 개학이 미뤄지던 그때, 이미 학기 중이었던 아이들 학교가 봄방학을 1주일 앞당겨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귀국할 때까지 더이상 학교에 가지 못했다.
‘스테이앳홈’ 명령 하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필수 사업장 근무 인력은 재택근무를 해야 하고, 10명 이상 모이는 모든 행사는 금지됐다. 식료품 가게와 약국, 주유소 정도만 영업이 허용됐다. 식당도 문을 닫았다. 드라이브 스루로 음식을 주문해 가져갈 수 있는 일부 패스트푸드점 정도만 포장 주문이 가능했다.

지난 3월 20일 오리건 세일럼에 있는 ‘인앤아웃’ 버거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대기 중인 자동차 행렬. 자동차 줄을 정리하던 직원은 “주중에 이렇게 줄이 긴 건 (코로나)이전엔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고 전했다.
사실상 마트 외에는 갈 수 있는 곳이 없어진 것이다. 코스트코, 월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식료품과 화장지 등 물품 사재기가 시작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지난 3월 15일 오리건 포틀랜드 인근의 한 코스트코 매장 앞 대기 행렬. 본격적인 사재기가 시작됐다.

월마트 매장에 빈 진열대. 스파게티 면, 각종 소스와 스프 등 간편 저장식품을 중심으로 사재기가 집중됐다.
대형 쇼핑몰부터 각종 엔터테인먼트 사업장, 헬스클럽 등이 문을 닫기 시작하자 공원과 해변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3월 말 주 정부는 주요 주립공원과 해변 출입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동네 공원 놀이터에도 노란 테이프가 둘렸다. 할 수 있는 건 ‘산책’으로 귀결됐다. 차를 타고 다니는 게 당연했던 미국 생활의 상당 부분이 ‘걷기’로 대체됐다. 그렇게라도 그 환경을 누리겠다는 의지였다.
다만 매일같이 확진자수가 급증하는 미국 상황은 의외로 크게 체감되진 않았다. 외국인인 데다 현지에서 ‘먹고 살’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노동자나 자영업자가 아니었기 때문이겠지만 넓은 자연 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오리건의 자연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불안감과 우울함을 상당 부분 해소해줬다. 4~6월 휴대전화 사진첩을 열어보니 온통 초록과 파랑으로 점철됐다.

코로나19시대에 국내에서 귀농, 귀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보면 코로나19가 자연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계륵’ 같던 온라인 수업
최대 관심사는 학교 리오픈(re-open)이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온라인으로 이어졌지만, 미국에서도 처음 겪는 상황이었던 만큼 수업 진행 방식이나 내용은 당연히 아쉬운 점이 너무나 많았다.
지역 교육구 자치가 정착돼 있고 학부모 참여도가 매우 높은 미국 교육 정책 특성상 동네마다 온라인 수업 방식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우리 학교의 경우 매주 월요일마다 선생님들끼리 회의해 그 주의 수업 내용을 정하고, 화~금요일까지 온라인에 수업 자료와 과제를 올려 아이들이 제출하면 거기에 다시 선생님이 답을 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줌(Zoom)을 활용한 화상수업은 의외로 5월 말이 돼서야 시작됐다. 개인정보 문제, 혼자 있는 아이의 안전 문제 등이 논란이 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커리큘럼이 잘 짜여있진 못했지만, 즉각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학생 모두에게 빌려줄 수 있는 시스템과 온라인으로 과제를 주고받는 가운데서도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일일이 응대하며 ‘쌍방향’ 소통을 시도하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수업 방식이 일방적 강의식이 많은 한국 교실 풍경과 달리 애초 교실에서도 아이들 스스로 참여해야 하는 분위기가 온라인 수업에서도 작동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귀국 후에도 그곳의 학교 등교가 현실화될지 지켜봤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오리건주는 전면 온라인수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지난 학기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별로 온라인 수업의 방식을 다양화하고 많이 채워 넣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오전 오후반을 설정해 오전은 줌을 활용해 쌍방향 수업을 하고 오후는 온라인상 과제물을 하는(반대도 가능) 등 양쪽의 아쉬움도 채워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일부 오프라인 수업을 시작할 때에 대비한 방식이기도 하다. 이 같은 방안은 학부모회와 자치구가 매우 밀도 높게 논의하며 준비한 결과다.
첨부파일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