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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해외연수기] 팬데믹의 한가운데에서_연합뉴스 이윤영
작성일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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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해외연수기] 팬데믹의 한가운데에서_연합뉴스 이윤영](/upload/board/memboard/로고_썸네일용7.jpg)
연합뉴스 국제뉴스1부 이윤영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미국 워싱턴 D.C.)
어느덧 1년의 연수기간이 지나가고 귀국 날짜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과, 악랄한 바이러스 소굴에서 빠져나간다는 안도감이 교차한다. 미국 코로나 확진자 441만명, 사망자수 15만명.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숫자다. 더 비현실적인 것은 놀랍도록 평온한 사회 분위기다. 물론 워낙 큰 나라여서 겉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로는 이 거대한 나라 전체의 여론을 가늠할 길이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사는 이곳 버지니아(물론 버지니아만 해도 한국보다 땅덩이가 크다), 페어팩스 카운티, 여기 동네만 봐도 그렇다. 안티 트럼프 방송인 CNN에서만 하루 종일 코로나 특집 뉴스를 떠들어댈뿐, 누구하나 따지는 사람도, 책임을 요구하는 사람도 없다. 사람들은 여전히 아침마다 조깅을 하고 산책을 나선다. 날씨는 너무나도 맑고 깨끗하다. 15만명이 죽었는데 이렇게도 고요하다니. 확진자가 단 1명만 나와도 온 나라가 시끄러운 한국인의 눈에는 적응되지 않는 풍경이다. 다만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유령도시처럼 변한 워싱턴DC, 몇주전 예약을 해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파리만 날리고 있는 식당 풍경들이 그나마 팬데믹을 체감시킨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디스턴스 러닝 안내문
하지만 안일한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확진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것을 보면서 이게 현실인가 싶었다. 하루에 무려 몇만명씩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그나마 락다운으로 상승세가 꺾였던 확진자수 그래프는 5월25일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기점으로 다시 무섭게 치솟았다. 이미 초기에 통계에 잡히지 않은 감염자가 너무 많이 퍼져있었고, 한국처럼 환자가 발생하면 동선과 접촉자를 신속히 파악해 검사, 격리하는 contact tracing도 애초에 불가능했다. 락다운에 들어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매일 TV에 나와 브리핑을 할 정도로 방역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락다운이 한창이던 지난 4월 초 미국에 입국한 지인 전언에 따르면 미국 공항에서 가장 기본적인 열 체크 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큰 패착은 마스크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다. 애초에 마스크 공급 물량이 딸려 그런 측면도 있었겠지만 미 정부는 마스크 쓰기를 초기에 전혀 강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쓴 조 바이든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미 정부에 훨씬 앞서 이번 사태를 '팬데믹'으로 명명하고 코로나 특집 체제로 전환한 CNN 방송도 초기엔 마스크 쓰기를 방역수칙의 'one of them' 정도로 보도했다. '6피트 거리로 소셜 디스턴싱을 하되, 소셜 디스턴싱이 안될 경우에는 마스크를 쓰라'는 식이었다. 비교적 최근 들어서야 '락다운도 소용없고, 소셜 디스턴싱도 소용없다면 결국 마스크 착용이 해답'이라는 뉘앙스로 리포트의 야마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이번 팬데믹의 위험성을 애써 깎아내리는 지도자 때문인지, 애초에 상황이 통제 수준을 심하게 넘어선 탓인지, 아니면 아무리 위험한 바이러스가 창궐한다고 해도 국가가 개인을 통제할 수 없다는 개념 때문인건지, 어찌됐건 미국은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마스크를 하고 있는 마운트버논(버지니아에 있는 조지 워싱턴 생가) 내 조지워싱턴 동상
최대 관심사는 과연 이번 가을 새학기에 학교를 리오픈할 수 있을 것인가였는데, 페어팩스 카운티의 경우 결국 100%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것으로 얼마전 결정이 났다. 페어팩스 카운티는 미국 내에서 학생수가 세번째로 많은 지역인데다 수도 DC 인근에 있어 교육열도 매우 높은 곳이어서 페어팩스 카운티의 결정은 다른 주 카운티들에도 관심 대상이었다. 결정 과정도 쉽지 않았다. 교육당국은 학교 리오픈 방법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수차례 온라인 공청회를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100% 온라인 수업, 주2회 오프라인 수업이라는 두 가지 옵션을 도출한 다음, 학부모에게 선택의 공을 넘겼다. 즉 100% 온라인 수업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주 2회라도 아이를 학교에 보낼 것인지 결정해서 학교에 통보하면, 학교는 학부모들의 회신을 취합해 소셜 디스턴싱을 고려한 교실 재배치 계획을 짜겠다는 것이었다. 우리야 어차피 떠날 처지여서 해당 사항이 없었지만 이 어려운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 주위의 한국 학부모들을 꽤 여럿 봤다. 팬데믹 상황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도 무섭지만, 그렇다고 1년 내내 집구석에서 친구도 없이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을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도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옵션 취합 결과는 40 대 60. 100% 온라인 수업을 선택한 학부모가 40%, 주2회 등교를 선택한 학부모가 60%였다. 하지만 오프라인 수업을 일부라도 강행하는 것에 대해 교사들이 반발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니, 결국 애초의 두 가지 옵션을 백지화하고 100% 온라인 개학을 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미국의 팬데믹 상황이 언제, 어떻게 종식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수많은 전쟁 역사로 점철된 미국의 역사책에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어떻게 기록될지도 궁금하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미 너무 많은 노약자와 아이들이 이 전무후무한 전쟁의 최대 희생양이 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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