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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해외연수기] 미국에서 마주한 코로나 팬데믹_머니투데이 송지유
작성일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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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해외연수기] 미국에서 마주한 코로나 팬데믹_머니투데이 송지유](/upload/board/memboard/로고_썸네일용6.jpg)
미국에서 마주한 코로나 팬데믹
머니투데이 증권부 송지유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미국은 괜찮니? 마스크는 구했어?” 지난 1월말부터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 지인들로부터 안부를 묻는 전화와 문자(카톡)가 이어졌다. 한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리고 국민들의 공포심리가 극에 달하던 때였다.
하지만 당시 미국은 잠잠했다. 현지 언론 보도도 ‘중국 우한에서 전염병이 시작됐는데 한국을 비롯한 인접 몇몇 국가로 퍼지고 있다’, ‘코로나19 증상은 독감과 비슷하며 심각한 병이 아니다’는 내용 정도였다. 중국에서 발병한 전염병이 미국까지 번질 것이라는 우려는 크지 않았다. 이 때 만해도 ‘코로나19 청정국’ 미국에서 걱정 없이 연수를 마치고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전염력은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 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들더니 2월말엔 결국 미국에 상륙했다. 국토가 넓고 인구 밀도가 낮아 아시아나 유럽에 비해 전염이 덜 될 것이라는 분석은 처참히 무너졌다. 조금 늦게 시작됐을 뿐 속도는 더 빨랐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집계한 지 얼마 안 돼 세계 최대 감염국이 됐다.
3월 중순엔 학교와 관공서, 쇼핑몰 등 공공시설이 문을 걸어 잠갔다. 대부분 기업들은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연수를 진행했던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도 ‘3월 둘째주부터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예정됐던 행사를 모두 취소한다’는 메일과 문자를 보내왔다. 일상은 물론 연구·견학·여행·공연관람 등 연수 후반부 계획이 모두 어그러졌다.
‘미국에서 코로나에 걸리면 어쩌지?’ 공포감은 점점 커졌다. 무엇보다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웠다. 전염병이 대대적으로 확산될 것이 불 보듯 뻔 한데 대형마트와 약국, 온라인몰에선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유통매장 직원들은 아시아인을 보면 “마스크 없다”며 손사래부터 쳤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한 코스트코 매장. 생필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매장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 있다.
한국마트에서 1장당 5달러(한화 약 6000원)에 마스크를 구입했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물량이 부족하니 비싼 값에 거래됐다. 일회용 마스크인 것을 알면서도 차마 한 번 쓰고 버릴 수 없었다. 사용한 마스크에 살균제를 뿌려 햇볕에 말렸다가 재사용했다. 비싼 가격도 가격이지만, 확보한 물량이 많지 않아 최대한 아껴 쓸 수밖에 없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심각성을 강조하며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지만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마스크에 대한 인식 자체가 한국과는 달랐다. 5월로 접어들어서야 월마트 매장에 마스크가 깔렸고 현지인들의 인식도 눈에 띄게 변했다. 슈퍼마켓은 물론 포장만 가능한 식당과 커피전문점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의 입장을 제한했다. 공원 곳곳에는 ‘마스크 착용’, ‘6피트(1.8미터) 거리 두기’ 등 안내문이 내걸렸다.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마스크 착용을 등한시하기에 코로나19 전염병의 심각성을 모르는 줄 알았는데 생필품 사재기는 극심했다. 모두가 집에서 꼼짝 안 할 생각이었을까. 휴지·키친타올·계란·우유 등 생필품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월마트·코스트코 등 대형마트는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매일 줄을 서서 마트에 입장해도 주요 생필품 진열대는 텅텅 비어 있었고, 집까지 배달해주는 온라인몰은 주문이 불가능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 식품을 판매하는 마트에선 쌀과 라면, 통조림, 냉동식품 등이 동이 났다. 마트들은 한 때 ‘라면 멀티팩 1개’, ‘쌀 1포대’, ‘휴지 1묶음’ 등 1인당 구매물품을 제한하는 조치로 사재기를 막기도 했다.
수요 공급 균형이 무너지면서 가격은 치솟았다. 온라인·오프라인 유통채널 할 것 없이 평소 값보다 적게는 10~20%, 많게는 50% 이상 오른 물품들이 많았다.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채널의 배송 속도도 늦어졌다. 급하게 손 세정제를 주문했는데 3주일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면서 텅 비어있는 마트 진열대. 계란과 채소가 동났고 일부 한국마트에선 라면 구매물량을 제한했다.
집에서 머무르는 것에 지쳐가던 6월 초엔 미국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평화 시위는 폭력·약탈로 변모했다. 노드스트롬 백화점 등 LA 도심 대형 쇼핑몰을 비롯해 중소 상점의 쇼윈도가 깨졌고, 마스크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물건을 훔쳐 달아났다. 상인들은 시위대의 약탈을 피하기 위해 쇼윈도와 입구 전체를 나무판자로 막아야 했다.
시위대 중에는 총기 소지자들도 있어 일촉즉발의 상황이 지속됐다. 지나가던 자동차를 에워싸 차량 탑승자들은 옴짝달싹 못 한 채 수시간을 공포에 떨기도 했다. 한인타운 내 교민들 일부도 피해를 입었다. 한국에선 경험하지 못한 무섭고 참담한 현장이었다. 반정부 시위가 왜 일반 기업과 상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약탈로 번졌는지 그 심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이 자금경색, 집세미납, 퇴거통보 등으로 이어지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고 느낀 시민들의 분노가 잘못 발현된 것이 아닐까’라고 막연히 추측해 볼 뿐이다.
실제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즈·LA타임즈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대공황을 상징하는 경제현상인 ‘영구실업(permanent job loss) 급증’이 재현될 우려가 크다고 보도했다. 코로나가 본격 발발하기 직전인 2월 대비 6월 영구실업자 수가 2배 늘었고 연말까지 급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하버드대 연구팀 전망을 근거로 들었다.
전국다가구주택위원회(NMHC) 통계를 인용해 집세를 못 내는 세입자 비율이 전체의 30% 가까이 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올 연말까지 세입자들을 강제로 쫓아내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내놨지만, 밀린 집세와 이자를 갚아야 하는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경제 뇌관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를 마주하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점점 커지는 불안감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어쩌나하는 조바심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눈만 뜨면 코로나19 소식이 이어졌고 무시무시한 정보가 쏟아졌다.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병원 문턱도 밟지 못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고열에 시달리다 사망했다’,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는데 수천만원이 청구됐다’, ‘비싼 병원비 부담에 아파도 병원에 못 가고 타이레놀로 버틴다’….
수 개월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기만을 기다리다 지난 7월 결국 귀국길에 올랐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해외입국자 모바일 앱 설치, 체온 체크, 자가격리 정보 제출 등 촘촘한 방역체계를 접하니 왠지 모를 감동이 밀려왔다.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든든함에 장거리 비행의 피로마저 느끼지 못했다.
2020년 9월25일(현지시간)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는 70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확진자수가 3만~5만명에 달하니 연말엔 1000만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공항에선 해외 입국자 자가 격리는커녕 비행기 탑승객 체온조차 확인하지 않는다. 체계적인 방역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국민들이 코로나19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곳, 바로 세계 최강국 미국의 현실이다. 그저 하루빨리 백신이 나오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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