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자들의 자기 계발을 위해 해외에서 1년간 공부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성주 재단 후원으로, (2010~2016), 언론인 경력 7년 이상인 회원 여성기자들 가운데 대상으로 선정합니다.
[2019 해외연수기] '민식이법'과 미국의 스쿨존_연합뉴스 이윤영
작성일2019-12-20
조회수3244
![[2019 해외연수기] '민식이법'과 미국의 스쿨존_연합뉴스 이윤영](/upload/board/memboard/이윤영_홈페이지 섹션용.jpg)
'민식이법'과 미국의 스쿨존

연합뉴스 국제뉴스1부 이윤영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미국 워싱턴 D.C.)
초등학생 딸 아이를 데리고 미국 버지니아에서 연수 생활을 시작한지 어느덧 4개월째. 뉴스로 시작해 뉴스로 끝나던 한국에서의 생활을 잠시 잊고, 가급적 뉴스와 멀리하며 살려하고 있지만 최근 한국에서 들린 소식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바로 '민식이법' 논란에 관한 것이었다. 학교 앞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스쿨존 사고 발생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법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미국의 스쿨존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미국에 도착해 경험한 것들 중 가장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이 바로 스쿨존 문화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생활 이제 겨우 4개월차에 이곳의 문화를 통째로 재단하고 한국과 비교한다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일단 첫 인상에서부터 느껴졌던 것은 미국은 확실히 보행자 중심의 운전 문화가 생활화돼 있다는 점이다.
우선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스쿨버스다. 노란색 스쿨버스는 많은 이들에게 미국 학교에 대한 '로망'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처럼 여겨진다. 실제 이곳에서 아침 저녁으로 딸 아이를 '라이딩'해주면서 학교 앞에 줄지어 서 있는 노란 버스 행렬을 마주칠 때면 어찌나 정겨운 마음이 들던지. 물론 버스를 실제 타본 딸 아이는 의자가 너무 딱딱해서 불편하다고 투덜거렸지만 말이다(스쿨버스 좌석 등받이가 높고 딱딱한 것은 사고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 디자인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스쿨버스는 등하교 시간대 도로 위에서도 수시로 마주치게 되는데, 스쿨버스 '우대'는 운전자들 사이에 보편적 인식으로 자리잡혀 있는 듯 했다.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도로 위를 달리던 스쿨버스가 아이들을 내려주기 위해 정차하자 양방향 차선을 달리던 차들이 모두 '일시 정지'하는 풍경에 나도 모르게 '와~' 하는 감탄사를 내뱉은 적이 있다. 스쿨버스가 아이들을 태우거나 내려주기 위해 정차하면 빨간색 '스톱' 표지판이 버스 옆구리에서 튀어 나오고 경고등이 요란하게 번쩍거린다. 그럼 뒤따르던 차들이 모두 일시 정지한 채 아이들이 모두 타고 내릴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모두 타고 내린 뒤 버스 옆구리의 '스톱' 표지판이 접힌 후에야, 줄지어 정차해 있던 차들이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이 낯설고도 신선한 풍경은 출근시간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도 종종 목격되곤 한다. 매일 아침 8시30분쯤 스쿨버스가 단지 안으로 들어와 아이들을 태우고 가는데, 스쿨버스가 단지 안에 정차하면 뒤따르던 차들도 무조건 서서 기다려야 한다. 1분 1초가 바쁜 출근시간에 스쿨버스로 인해 무려 5분여 동안이나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바빠 죽겠는데…'라며 욕이 튀어나올법도 하지만 워낙 당연한 문화로 인식돼 있는 탓인지 그저 잠잠히 브레이크를 밟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스쿨버스는 디자인 면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아이코닉한 노란색 컬러 외에, 미국의 스쿨버스는 아이들이 타고 내릴 시에는 버스 옆구리에서 '스톱' 표지판이 펼쳐짐과 동시에, 차체 곳곳에서 빨간색 경고등이 다소 위협적으로 느껴질 만큼 요란하게 깜빡인다. 차량 앞부분 범퍼에서 기다란 막대기도 튀어나온다. 인도에 있던 아이들이 버스 앞으로 튀어나가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이 타고 내리는 차량 앞문 외에 후면에도 문이 달려 있는데, 이 역시 비상 상황을 염두에 둔 디자인으로 여겨졌다(글을 쓰면서 궁금해져 찾아보니 이미 1970년대에 스쿨버스 안전 디자인에 관한 연방 규제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차체 후면 비상문 설치에서부터 내부 좌석 등받이 높이까지, 사고시 부상이나 사망, 차량 전복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이 연방 정부 차원에서 세세하게 고안돼, 이 규정에 따라 스쿨버스가 생산되고 있는 셈이다)

등하교길 안전에 대한 인식은 스쿨버스 외에 학교 선생님들의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등학교시 학교 풍경이 한국과 가장 다른 점 중 하나는 학교 선생님들, 스태프들이 대거 등하교길 지도에 직접 나선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하교시에는 아이들이 빠져나가는 학교 건물 출입구(학교 건물에는 여러개의 출입구가 있는데 출입구마다 커다란 번호가 붙어 있고, 학년별로 몇번 출입구로 나가야 하는지 정해져 있다), 스쿨버스를 타는 학교 앞 도로, 직접 픽업을 오는 학부모 차량들이 지나가는 '키스 앤 라이드'(kiss and ride) 구간 등 곳곳에 교사와 스태프들이 배치돼 있다. 또 교장 선생님은 학교 건물 중앙에 있는 main entrance에서 무전기를 들고 수시로 선생님들과 교신을 하면서 아이들의 하교 상황을 감독한다. 매일 하교 길마다 학교 건물 메인 입구에 서서 무전기로 감독하시는 분이 누구신가 했는데, 알고 보니 교장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입학식 등과 같은 큰 행사 외에는 학부모가 교장 선생님을 직접 마주칠 일이 별로 없는 한국 학교 풍경을 떠올려 볼 때, 이 역시 꽤나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교사들만이 아니다. 고학년 학생들도 '패트롤'로 나서 어깨에 야광 띠를 두르고 등하교 안전 지도를 돕는다.
일반 도로에서도 운전자들은 철저히 보행자 중심, 양보 운전을 한다. 신호등이 있건 없건 간에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 할 때, 또 교차로에서 상대편 차량과 마주쳤을 때 양보를 위해 정차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주택가 한적한 골목길에서도 교차로 스톱 사인이 나타나면 다른 차가 있건 없건 3초 정도 정차했다가 출발하는 것이 보통이다. 오늘날의 교통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기까지 미국도 수많은 사고와 우여곡절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운전자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지금도 곳곳에서, 글자 그대로 '눈에 띄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첨부파일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