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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해외연수기] 미국의 교통문화_KBS 김나나
작성일2019-12-16
조회수2929
미국의 교통문화
KBS 보도본부 김나나
University of Georgia(미국 조지아주 애선스)
뉴욕이나 워싱턴 DC 같은 대도심 한복판이 아니라면, 미국에서 자가용 없이 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토지 자체가 넓어 1인당 면적이 충분하다는 것은 장점인 반면, 걸어서 갈 수 있는 반경 안에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내가 사는 미국 조지아주 오코니 카운티 역시 마찬가지로, 간단한 마트만 해도 자동차로 10분 거리이다.
1. 20만 마일은 기본인 자동차의 실용성
전 연수자로부터 집과 함께 2009년식 차량을 인수 받은 뒤, 주행거리를 제대로 확인하곤 정말 놀랐다. 주행 거리가 무려 25만 마일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25만 마일은, 우리가 쓰는 킬로미터로 환산할 경우 40만 킬로미터를 넘는 거리이다.
하지만현지인들의 반응은 나의 우려와 상당히 달랐다. 이웃에 사는 미국인은 30만 마일까지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폐차장의 승용차 평균 주행거리가 20만 킬로미터 정도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곳의 인식은 분명히 다르다. 실제로 나는 이 자동차를 타고 왕복 16시간 거리를 아무 탈 없이 운전하기도 했다.
자동차를 필수품으로 여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기가 막힐 만큼 낡은 자동차들도 많이 다닌다. 심지어 완전히 깨져 없어져 버린 유리를 제대로 수리하는 대신 창 전체를 비닐로 막은 차량도 보았다. 물론주행 중 고장 나는 차들도 많아 미국 국도를 달리다 보면 갓길 곳곳에 고장 차량을 수없이 볼 수 있다.
2. 도로의 STOP 사인, 그리고 비보호 좌회전
한국 운전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쉽게 무시하게 되는 것이 미국의 STOP 사인이다. 우리는 다른 차량들이 없는 경우, 보통 서행 정도로 갈음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 교통법에서는 엄격히 다루는 사안이다. 지시대로 반드시 차량을 완전히 멈춰 세운 뒤 출발해야 한다.
보통 교차로에 흔히 등장하는데, 서로 갈 방향이 다른 차량이 줄지어 있을 경우, 꼬리 물기 하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 저쪽 차 한 대, 이쪽 차 한 대, 번갈아 천천히 진입하는 것은 자칫 꼬리 물기를 놓쳤다 뒷 차로부터 경적 소리를 듣게 되는 한국 교통 문화와는 다른 풍경이다.
초창기 미국 운전에서 부담을 느꼈던 부분은 수많은 비보호 좌회전 구간에서였다. 우리로 치면 올림픽대로처럼 차량들이 엄청난 속도를 내는 곳에서도, 눈치껏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을 해야 하는 도로가 상당히 많다. 굳이 내가 비보호 좌회전 구간을 지나지 않더라도, 느닷없이 비보호 좌회전에 나서는 차량들 때문에 놀란 적도 많다. 뻥 뚫린 도로를 직진 주행중인데, 갑자기 비보호 좌회전을 하며 중앙선을 넘어와 내 앞을 가로막는 차량들을 만날 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이런 구간에선 사고가 빈번하다. 미국 내에서도 도로 교통법 개선을 논의할 때마다 이 제도를 계속해서 유지할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3. 모르는 미국인들도 많은 Move Over 법
Move Over 법은 간단히 말해, 도로 주행 중 갓길이나 끝 차선에서 공무 수행중인 경찰차 등이 있을 경우 바로 옆을 지나지 않도록 차선을 변경하거나 속도를 줄여 서행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규정 속도를 준수했다고 주장해도 통하지 않는다. 공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찰 등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으로 꽤 엄격히 다루는 추세다.
나의 지인은 최근 편도 2차선 2차로 도로를 규정 속도를 준수하며 달리다 이 규정을 어겨 적발됐다. 경찰은 갓길에 차를 세우고 다른 차량 운전자에게 공무를 수행 중이었는데 그 옆을 기존 속도로 그대로 달렸다는 게 적발 이유였다. 공무 수행중인 경찰차 등이 갓길에 있을 경우 왼쪽 차로로 변경하거나 여의치 않다면 속도를 줄여 서행했어야 한단 설명이 따랐다.
고지서 위반 사항에 ‘무브 오버 위반(Failure to Move Over)’라고 명시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인이 물게 된 범칙금은 무려 525달러, 우리 돈 약 62만 원 가량이었다.
이 법은 미국 여러 주로 확산되고 있다. 비단 경찰차 뿐 아니라, 소방차나 구급차, 혹은 쓰레기 수거 차량도 적용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인들 가운데서도 이 법의 실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그렇다 보니, 우리로 치면 ‘Move over 법 홍보 주간’을 따로 만들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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