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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재단 후원으로, (2010~2016), 언론인 경력 7년 이상인 회원 여성기자들 가운데 대상으로 선정합니다.
강수진 동아일보 기자 연수기
작성일2004-10-12
조회수7100
강수진 (동아일보 문화부)
물이 담긴 컵을 보는 시각에 따라 세상의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과 물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인간.
지금까지 나는 전자에 해당하는 부류라고 스스로를 생각해 왔는데, 호주 연수 반년만에 확실히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단연코 후자에 해당하는 인간이다. 왜냐고? 연수 기간이 겨우 반. 밖. 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사실, 지난해 여기자클럽의 첫 여기자 호주 연수 프로그램에 신청을 하고 나서 내심 ‘안 되도 속상하지만 되도 걱정’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와 말한다면, 지난해 연말 막상 연수 대상자로 선발되고 난 후에도 절반은 기자생활 10년 만에 내게 주어진 이 1년이라는 황금 같은 재충전 기회에 마음이 설레었지만 솔직히 후회스럽기도 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아이까지 떼어놓고 사서 고생을 하려는 걸까, 싶었고, 어차피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단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을 해외 연수의 기회를 미국이나 중국(중국어를 조금 한다는 이유만으로 중국 전문가의 꿈을 키웠던 적도 있었다, 한때는...)도 아닌, 호주가 연수지라는 점이 걸리기도 했었다. 사실 호주로 연수를 가게 됐다고 하면 다들 ‘왠 호주?’라는 것이 첫 반응이었다. 나 역시 이곳으로 연수를 오기 전에 호주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고작 이런 정도였다.
1. 중학교 시절 배운 상식성 지식: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륙이 곧 국가인 나라, 세계 3대 미항 시드니, 캥거루와 코알라가 사는 나라, 죄수들의 후예, 백호주의(더 어렸을 때는 백호주의가 뭔가 호랑이와 관련이 있다고 심히 착각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시드니가 유명하지만 정작 수도는 캔버라라는 것.
2. 국제부 시절에 알게 된 보도성 지식: 인종차별주의자, 백인 우월 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여성 정치인 폴린 핸슨과 그녀가 이끄는 One Nation Party, 과거 호주 백인들에 의해 어린 시절 영국으로 강제로 입양돼 백인가정과 고아원에서 자라야 했던 원주민 세대인 The Lost Generation과 보상논란. (일반적으로 국제면 에서 호주가 차지하는 뉴스 밸류는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 국가와 중동보다 현격히 떨어지며, 다뤄지는 빈도로 치자면 아마 쿠테타와 내전,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아프리카 국가들보다도 적다. 심지어 나는 3년 간 국제부 생활을 했음에도 문화부로 옮긴 이후에는 호주 총리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3. 연수 신청을 위해 호주 문화 관련 자료를 뒤져가며 찾아낸 보고서성 지식: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인기 영화 촬영지로 떠오르며 영상 산업이 부상하고 있는 나라. 매트릭스2, 3편, 터미네이터 3편의 촬영이 이루어진 곳, 멜 깁슨, 니콜 키드먼, 러셀 크로 등 할리우드에 진출한 호주 출신 스타들을 배출해 낸 유명한 액팅 스쿨 NIDA, 국내에서 공연된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의 프로덕션을 비롯해 대형 뮤지컬의 아시아용 프로덕션이 만들어지고 있는 나라. 미국과 영국 뮤지컬 산업의 아시아 전진 기지 역할을 하는 나라(내가 생각해도 이렇게 호주에 대하 아는 게 없는 무지한 상태에서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그럭저럭 그럴듯해 보이는 연구계획서를 써냈을 수 있었는지 스스로도 신기할 정도다.)
연수 당사자조차 이 정도였으니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이해할 만 했다. 심지어 모 데스크는 나를 불러 “어차피 네가 호주 가서 열심히 공부한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테니 행여 머리 싸매고 학교 출석하겠다고 애쓰지 말고 골프도 배우고, 승마도 해보고, 서핑도 하고, 스노클링도 하고, 여기서 못하는 건 뭐든지 다 하고, 푹 쉬고, 인생을 열심히 즐기다 오라”고 했을 정도였다.
아마 그 데스크는 평소에 고지식한(보기와 달리 나는 의외로 고지식하다) 내가 행여 해외 연수랍시고 외국에 나가 1년 내내 학교~집만 왔다 갔다 하다가 정작 더 큰 것을 놓칠까봐 그렇게 충고해 주셨겠지만, 그런 말조차도 내겐 스트레스였다. 호주 연수를 통해 과연 무엇을 얻어야 할 것인가. 10시간의 시드니 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순간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였다.
왜 호주인가
기대 반 걱정 반 속에서 나의 호주 연수가 시작됐다. 시드니는 과연 아름다웠다. 조금만 나가도 쉽게 볼 수 있는 해변 가(호주는 사막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섞인 탓에 바다가 많아도 짠 남새가 나지 않는다), 어디를 가든 울창한 나무 덕분에 맑은 공기, 하이드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으면 슬금슬금 다가오는 이름 모를 긴 부리 새,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탓에 다소 easy-going에다가 마음의 여유가 많은 호주 사람들(일단 깜빡이만 켜면 3차선에서 1차선으로 급 차선 변경해도 다들 기다려 준다). 선진국의 대도시 중에 이 정도로 오염되지 않은 자연 환경과 치열하지 않은 경쟁 속에서 살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호주, 특히 시드니(아직 다른 대도시는 가보지 못했다) 거리를 걷다보면 호주가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확실히 아시아~태평양 국가임을 실감할 수 있다. 호주가 백호주의를 포기하고 이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아시아 이민자 들이 엄청나게 시드니로 몰려든 탓이다.
한때 백호주의로 악명이 높았던 호주였지만 이제는 다(多)민족~다문화 주의는 호주가 끌어안고 있는 화두가 됐다. 호주는 전통적으로 동남아, 서남아 국가들과 유대가 돈독하다. 말레이시아, 인도, 파키스탄은 같은 영연방 국가였던 이유로, 그리고 호주와 지리상으로 가까운 인구 2억 명에 이르는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고작 1900만 명밖에 안 되는 호주가 국방상의 이유로 가장 경계하는 동시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나라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호주의 경우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우수한 학생들에게 호주에서 유학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많은 장학 혜택을 주고 있다. 학업을 마치면 호주에서 취업이나 거주를 할 수 없고 반드시 고국에 돌아가는 조건으로 장학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베트남 지식층에 친 호주 성향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호주에 온 뒤 처음 몇 달간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절로 내가 호주에서 얻어갈 것에 대한 답을 수할 수 있었다. 현재 나는 뉴사우스웨일스대학(University of New South Wales・UNSW)에서 동남아로의 문화 이전 프로젝트에 매달려 있다.(호주는 한국처럼 대학 서열이 확연하지는 않지만 UNSW는 시드니 대학과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세계 100대 대학에 든다.) 재학생 4만 명 중 유학생이 9000명이고, 이들 중 아시아계가 60%다.
문화 이전 프로젝트는 UNSW의 한국, 호주, 아시아지역 연구를 위해 설립된 KAREC 연구소가 2년 계획으로 올 하반기 시작한 프로젝트다. 문화 이전, 특히 방송 및 대중문화의 유통에 의한 문화커뮤니케이션이 최근에는 저널리즘 쪽에서 젊은 학자들 사이에서 많이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나 역시 이 쪽에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연수 기간 중에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겠다. 이 프로젝트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4개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때문에 얼마 전 베트남 출장도 다녀왔다.
베트남에서는 한국에서는 인터넷만 뒤져도 얻을 수 있는 기초 자료마저도 구하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였다. 최근 자료가 없는 것은 물론, 있는 자료도 돈주고 사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하노이 국립 대학장, 베트남 상공회의소 부의장, 베트남 문화정보부장, 베트남 최대 규모라는 국영 영화사 부사장, 국영 VTV 부장, 원로 작가 등 문화 산업 각 분야의 인력을 만나고 왔는데 이러한 만남은 그나마 UNSW의 졸업생과 연수생들이 베트남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있어서 가능했다. 새삼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깨달은 동시에, 한국에서 이 프로젝트를 했다면 도저히 혼자서 할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호주에서 얻어가야 할 것’을 찾고 나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슬슬 그때 그 데스크의 충고가 다시 귓가에 맴돈다. 아직 스노클링도, 서핑도 못 배웠는데(사실,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겨울이어서 바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골프는 언제 타수를 셀 수 있게 될까.
으아! 연수기간이 겨우 반. 밖. 에. 남지 않았다!
물이 담긴 컵을 보는 시각에 따라 세상의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과 물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인간.
지금까지 나는 전자에 해당하는 부류라고 스스로를 생각해 왔는데, 호주 연수 반년만에 확실히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단연코 후자에 해당하는 인간이다. 왜냐고? 연수 기간이 겨우 반. 밖. 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사실, 지난해 여기자클럽의 첫 여기자 호주 연수 프로그램에 신청을 하고 나서 내심 ‘안 되도 속상하지만 되도 걱정’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와 말한다면, 지난해 연말 막상 연수 대상자로 선발되고 난 후에도 절반은 기자생활 10년 만에 내게 주어진 이 1년이라는 황금 같은 재충전 기회에 마음이 설레었지만 솔직히 후회스럽기도 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아이까지 떼어놓고 사서 고생을 하려는 걸까, 싶었고, 어차피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단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을 해외 연수의 기회를 미국이나 중국(중국어를 조금 한다는 이유만으로 중국 전문가의 꿈을 키웠던 적도 있었다, 한때는...)도 아닌, 호주가 연수지라는 점이 걸리기도 했었다. 사실 호주로 연수를 가게 됐다고 하면 다들 ‘왠 호주?’라는 것이 첫 반응이었다. 나 역시 이곳으로 연수를 오기 전에 호주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고작 이런 정도였다.
1. 중학교 시절 배운 상식성 지식: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륙이 곧 국가인 나라, 세계 3대 미항 시드니, 캥거루와 코알라가 사는 나라, 죄수들의 후예, 백호주의(더 어렸을 때는 백호주의가 뭔가 호랑이와 관련이 있다고 심히 착각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시드니가 유명하지만 정작 수도는 캔버라라는 것.
2. 국제부 시절에 알게 된 보도성 지식: 인종차별주의자, 백인 우월 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여성 정치인 폴린 핸슨과 그녀가 이끄는 One Nation Party, 과거 호주 백인들에 의해 어린 시절 영국으로 강제로 입양돼 백인가정과 고아원에서 자라야 했던 원주민 세대인 The Lost Generation과 보상논란. (일반적으로 국제면 에서 호주가 차지하는 뉴스 밸류는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 국가와 중동보다 현격히 떨어지며, 다뤄지는 빈도로 치자면 아마 쿠테타와 내전,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아프리카 국가들보다도 적다. 심지어 나는 3년 간 국제부 생활을 했음에도 문화부로 옮긴 이후에는 호주 총리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3. 연수 신청을 위해 호주 문화 관련 자료를 뒤져가며 찾아낸 보고서성 지식: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인기 영화 촬영지로 떠오르며 영상 산업이 부상하고 있는 나라. 매트릭스2, 3편, 터미네이터 3편의 촬영이 이루어진 곳, 멜 깁슨, 니콜 키드먼, 러셀 크로 등 할리우드에 진출한 호주 출신 스타들을 배출해 낸 유명한 액팅 스쿨 NIDA, 국내에서 공연된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의 프로덕션을 비롯해 대형 뮤지컬의 아시아용 프로덕션이 만들어지고 있는 나라. 미국과 영국 뮤지컬 산업의 아시아 전진 기지 역할을 하는 나라(내가 생각해도 이렇게 호주에 대하 아는 게 없는 무지한 상태에서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그럭저럭 그럴듯해 보이는 연구계획서를 써냈을 수 있었는지 스스로도 신기할 정도다.)
연수 당사자조차 이 정도였으니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이해할 만 했다. 심지어 모 데스크는 나를 불러 “어차피 네가 호주 가서 열심히 공부한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테니 행여 머리 싸매고 학교 출석하겠다고 애쓰지 말고 골프도 배우고, 승마도 해보고, 서핑도 하고, 스노클링도 하고, 여기서 못하는 건 뭐든지 다 하고, 푹 쉬고, 인생을 열심히 즐기다 오라”고 했을 정도였다.
아마 그 데스크는 평소에 고지식한(보기와 달리 나는 의외로 고지식하다) 내가 행여 해외 연수랍시고 외국에 나가 1년 내내 학교~집만 왔다 갔다 하다가 정작 더 큰 것을 놓칠까봐 그렇게 충고해 주셨겠지만, 그런 말조차도 내겐 스트레스였다. 호주 연수를 통해 과연 무엇을 얻어야 할 것인가. 10시간의 시드니 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순간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였다.
왜 호주인가
기대 반 걱정 반 속에서 나의 호주 연수가 시작됐다. 시드니는 과연 아름다웠다. 조금만 나가도 쉽게 볼 수 있는 해변 가(호주는 사막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섞인 탓에 바다가 많아도 짠 남새가 나지 않는다), 어디를 가든 울창한 나무 덕분에 맑은 공기, 하이드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으면 슬금슬금 다가오는 이름 모를 긴 부리 새,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탓에 다소 easy-going에다가 마음의 여유가 많은 호주 사람들(일단 깜빡이만 켜면 3차선에서 1차선으로 급 차선 변경해도 다들 기다려 준다). 선진국의 대도시 중에 이 정도로 오염되지 않은 자연 환경과 치열하지 않은 경쟁 속에서 살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호주, 특히 시드니(아직 다른 대도시는 가보지 못했다) 거리를 걷다보면 호주가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확실히 아시아~태평양 국가임을 실감할 수 있다. 호주가 백호주의를 포기하고 이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아시아 이민자 들이 엄청나게 시드니로 몰려든 탓이다.
한때 백호주의로 악명이 높았던 호주였지만 이제는 다(多)민족~다문화 주의는 호주가 끌어안고 있는 화두가 됐다. 호주는 전통적으로 동남아, 서남아 국가들과 유대가 돈독하다. 말레이시아, 인도, 파키스탄은 같은 영연방 국가였던 이유로, 그리고 호주와 지리상으로 가까운 인구 2억 명에 이르는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고작 1900만 명밖에 안 되는 호주가 국방상의 이유로 가장 경계하는 동시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나라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호주의 경우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우수한 학생들에게 호주에서 유학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많은 장학 혜택을 주고 있다. 학업을 마치면 호주에서 취업이나 거주를 할 수 없고 반드시 고국에 돌아가는 조건으로 장학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베트남 지식층에 친 호주 성향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호주에 온 뒤 처음 몇 달간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절로 내가 호주에서 얻어갈 것에 대한 답을 수할 수 있었다. 현재 나는 뉴사우스웨일스대학(University of New South Wales・UNSW)에서 동남아로의 문화 이전 프로젝트에 매달려 있다.(호주는 한국처럼 대학 서열이 확연하지는 않지만 UNSW는 시드니 대학과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세계 100대 대학에 든다.) 재학생 4만 명 중 유학생이 9000명이고, 이들 중 아시아계가 60%다.
문화 이전 프로젝트는 UNSW의 한국, 호주, 아시아지역 연구를 위해 설립된 KAREC 연구소가 2년 계획으로 올 하반기 시작한 프로젝트다. 문화 이전, 특히 방송 및 대중문화의 유통에 의한 문화커뮤니케이션이 최근에는 저널리즘 쪽에서 젊은 학자들 사이에서 많이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나 역시 이 쪽에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연수 기간 중에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겠다. 이 프로젝트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4개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때문에 얼마 전 베트남 출장도 다녀왔다.
베트남에서는 한국에서는 인터넷만 뒤져도 얻을 수 있는 기초 자료마저도 구하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였다. 최근 자료가 없는 것은 물론, 있는 자료도 돈주고 사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하노이 국립 대학장, 베트남 상공회의소 부의장, 베트남 문화정보부장, 베트남 최대 규모라는 국영 영화사 부사장, 국영 VTV 부장, 원로 작가 등 문화 산업 각 분야의 인력을 만나고 왔는데 이러한 만남은 그나마 UNSW의 졸업생과 연수생들이 베트남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있어서 가능했다. 새삼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깨달은 동시에, 한국에서 이 프로젝트를 했다면 도저히 혼자서 할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호주에서 얻어가야 할 것’을 찾고 나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슬슬 그때 그 데스크의 충고가 다시 귓가에 맴돈다. 아직 스노클링도, 서핑도 못 배웠는데(사실,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겨울이어서 바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골프는 언제 타수를 셀 수 있게 될까.
으아! 연수기간이 겨우 반. 밖. 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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