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국여성기자상'을 제정해, 매년 우수한 기사를 보도한 여성기자에게 시상하고 있습니다.
취재부문과 기획부문으로 나눠 수상자를 선정하며, 상패와 상금을 수여합니다.
매년 12월 선정하며, 이듬해 1월 시상식을 갖습니다.
2006년 ~ 2011년 SBS문화재단 공동주관 / 2012년 ~ 2016년 CJ그룹 공동주관
2021년 한국여성기자상으로 개칭되었습니다.
제22회 한국여성기자상 심사평
작성일2025-01-23
조회수1812

‘제22회 한국여성기자상’ 심사평
심사위원장 홍성철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제22회 한국여성기자상에는 취재부문 7편, 기획부문 13편, 혁신부문 4평 등 총 24편이 출품되었습니다. 기사의 제목에는 2024년 한국 사회의 당면한 현실이 그대로 녹아져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반간첩법, 난임, 아이, 시니어, 가사노동, 청년고립, 코인, 불법추심, 계절실종, 딥페이크, 성범죄 등이 그 키워드였습니다. 올해에도 기획부문 출품작이 다른 부문 출품작보다 많았습니다. 이는 기자의 눈으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노력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올해 심사에는 하임숙 회장(채널A 전략기획본부장)을 비롯, 홍은주 한양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김수정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그리고 저까지 모두 5명이 참여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사전에 출품작 전체를 꼼꼼하게 읽어본 뒤 참석했습니다. 취재부문, 기획부문, 혁신부문의 순서로 각 출품 기사의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되짚었습니다. 그런 다음 출품 부문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기사에 대한 난상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수상작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출품작 모두를 수상작으로 선정해도 좋을 만큼 뛰어난 보도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심사위원들 개개인이 바라보는 시각과 강조점 역시 다양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한국여성기자상’의 취지에 따라, 여성 기자가 취재 및 보도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기사를 우선 고려했습니다. 취재부문은 특종성과 사회적 파급력을 중심으로 논의했습니다. 기획부문은 시대정신을 담는 시의성에 방점을 두었으며 혁신부문은 현 언론보도의 관행과 타협하지 않음에 주목하였습니다.
그 결과 취재부문에서는 김효신 KBS 베이징특파원의 ‘우리 교민 중국 ‘반간첩법’ 위반 혐의 구속’을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중국이라는 폐쇄적인 취재 환경 속에서 제보자와 교민의 안전을 고려하며 5개월여 동안 확인했다는 집요함이 돋보였습니다. 단순 제보만을 갖고 보도하고 싶은 욕심을 누르면서 확인과 확인을 거듭하며 교민 가족과의 신뢰를 쌓는 과정에 대한 심사위원의 칭찬도 있었습니다. KBS의 보도는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우수두뇌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산업스파이 및 고급두뇌유출에 대한 심각성도 일깨우는 특종이었습니다. 보도는 또한 국회에서 간첩법 개정 논의를 이끌어냈습니다.
기획부문에서는 2편의 수상작이 선정되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먼저 정현진 아시아경제 기획취재부 기자의 ’난임상경기‘를 뽑았습니다. 만혼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지역에 살고 있는 난임 부부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한 수작입니다. 총 10회에 걸쳐 연재된 기사는 난임 부부의 원정치료, 늦은 사회진출과 만혼, 지역의료의 한계, 지자체마다 차이 나는 난임 시술비 지원 등의 실태를 보도했습니다. 결혼과 임신을 꺼리는 사회 풍조에서 늦은 임신에도 인근 난임 병원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임부와 그 가족의 안타까움이 그대로 녹아져 있었습니다. 저출산 고령사회와 지역소멸이라는 우리 시대의 키워드를 관통하는 기사입니다.
두 번째 기획부문 수상작은 서울신문 특별취재팀(홍희경·이은주·김성은)의 ‘계절실종: 식물은 답을 알고 있다’입니다. 일상으로 다가온 기후변화를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해 공론화를 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기후 위기를 식물 다양성 파괴의 원인으로 바라보고, 종의 소멸을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소개했습니다. 기후변화는 인간만이 느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식물 역시 이를 감지해서 ‘소리 없는 경고’를 할 뿐만 아니라 치유의 힘을 갖고 있음을 전달했습니다. 해당 연재물은 종이신문 기사를 넘어, 영상 콘텐츠를 바탕으로 하는 인터랙티브 디지털기사로 업그레이드한 후속 작업도 훌륭했습니다.
혁신부문에서는 KBS 시사제작2부 하누리 기자의 ‘길에서 여자가 살았다’를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여성 노숙인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여성 노숙인과 함께 노숙 생활하면서 그들의 일상을 기록했습니다. 취재 기간만 3개월에 달합니다. 인류학 연구에서 사용하는 민속지학연구(Ethnographic Reseach)처럼 특정 집단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 모습을 관찰, 인터뷰를 통해서 꼼꼼하게 기록했습니다. 여성 노숙인의 고단한 삶뿐만 아니라, 노숙인 집단 간의 갈등과 폭행 등도 담겼습니다. 무엇보다 해당 보도가 돋보인 것은 해당 노숙인들의 실명 사용과 얼굴 공개입니다. 취재원과의 돈독한 신뢰 형성과 쉽지 않은 설득작업은 보도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보도는 익명 취재와 모자이크 화면처리가 늘어가는 보도 환경에서 많은 기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혁신 부문 두 번째 수상작은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입니다. 히어로콘텐츠팀은 2020년부터 심층기획으로 발굴한 기사를 멀티미디어로 재현해오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인터랙티브 기자가 한 팀이 되어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사로 만들어왔습니다. 올해에는 휴대전화를 62대나 새롭게 개통하면서 정식 대부업체 플랫폼에 숨어든 불법 사채의 실체를 추적하였습니다. 전화 검증이후 전국 36곳의 사무실을 방문, 불법사채조직과의 연결여부를 확인하였습니다. 문제 지적을 넘어서 20년 전 불법사채문제가 심각했던 일본의 사례에서 대안을 찾아 제시했습니다. 그 결과 대부업 등록 문턱을 높이고, 반사회적 불법사채계약을 무효화하는 법 개정 발의를 촉발시켰습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와 다큐멘터리 영상을 접목하면서 레거시 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 점 역시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심사를 마치면서 희망과 아쉬움이 교차했습니다. 무엇보다 언론계에 입문하는 여성 기자들이 늘어나고, 여성 기자들의 좋은 기사가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특히 언론계 입문 1~2년 차 젊은 여성 기자들의 참신한 문제의식과 적극적 취재는 한국 언론의 미래를 밝게 만듭니다. 가령, 올 1월 입사한 YTN 김현정 기자의 ‘삶이 무너졌다’는 30대 싱글 맘의 사연을 통해 불법 추심의 실태를 공론화하였습니다. 비록 수상을 하지 못했지만 가까운 미래에 수상자로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꼼꼼함과 섬세함이 돋보이는 기획 기사가 많았습니다. 반면, 취재 부문 출품작은 다소 적었습니다. 권력의 부패와 치부를 들추는 측면에서 좋은 기사가 부족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큽니다. 디지털 중심의 뉴스 소비로 인해서 특종의 의미가 반감된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권력 감시의 측면에서 조금 더 노력해주길 당부드립니다.
유튜브 중심의 뉴스 소비가 이뤄지면서 현장 기자들의 땀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도 큽니다. 그럼에도 레거시 미디어는 뉴스 콘텐츠 생산의 원천으로서 기능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믿을 수 있는 검증된 정보 창구로서 그 역할은 더욱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더 나은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성 기자의 노력이 계속되기를 희망합니다. 대한민국 모든 여성 기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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