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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한국여성기자상'을 제정해, 매년 우수한 기사를 보도한 여성기자에게 시상하고 있습니다.
취재부문과 기획부문으로 나눠 수상자를 선정하며, 상패와 상금을 수여합니다.
매년 12월 선정하며, 이듬해 1월 시상식을 갖습니다.
2006년 ~ 2011년 SBS문화재단 공동주관 / 2012년 ~ 2016년 CJ그룹 공동주관
2021년 한국여성기자상으로 개칭되었습니다.

제18회 올해의 여기자상 심사평

작성일2021-02-09

조회수4419

제18회 올해의 여기자상 심사평

제18회 올해의 여기자상 심사평

 

심사위원장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장)

 

 코로나19로 인해 하루하루가 초현실적이었던 2020년이 저물어갑니다. 기자들에게도 고단함이 깊은 한 해였습니다. 미증유의 상황을 맞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지, 가능한 해법은 무엇인지를 찾아야했지만, 현장 접근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습니다.

 지난 해 20편이었던 「올해의 여기자상」 출품작이 올해 12편으로 줄어든 것은 그런 고단함의 반영이 아닌가했습니다. 그러나 한 작품 한 작품을 검토해 가면서, 어려움 가운데 취재의 질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난관을 헤치고 의미 있는 취재와 보도를 해온 모든 출품자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올해 심사는 김균미 서울신문 대기자, 김희준 YTN 통일 외교 안보부장, 최문선 한국일보 정치부장 등 여기자협회 내부 인사들과 외부 인사로서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저 등 다섯 사람이 맡았습니다. 심사진은 심사에 앞서 몇 가지 원칙을 공유했습니다. 먼저 응모작이 팀 취재일 경우, 여기자가 팀장을 맡았거나 여기자(들)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를 고려했습니다. 심사회의는 한 차례 열렸지만, 예‧본심 기능을 살려 몇 작품을 본선작으로 추린 뒤 토론을 거쳐 만장일치로 수상작을 정했습니다.

 

 취재부문에는 방송 2편, 신문 1편 등 총 3편의 작품이 출품됐습니다. 그 중 심사위원들은 KBS의 ‘론스타 5조원 ISD의 실체 연속 보도’와 SBS의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 최초보도’ 를 두고 고심했습니다. KBS의 ‘론스타 5조원 ISD의 실체 연속보도’는 17년째 진행되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 내막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론스타와 한국정부의 분쟁 상황을 양측에 의해 비밀에 부쳐진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제출된 양측 서면과 론스타-하나금융 간의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결정문 등의 단독 입수를 통해 추적했습니다.

 SBS의 보도는 수 천 명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피해액이 1조2천 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에 정관계 실세들이 ‘비호세력’으로 존재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낙연 민주당 대표 선거 사무실의 복합기 요금 대납 계약서,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 입수를 통한 단독보도로 드러냈습니다.

 권력 감시와 사회적 파급력 등에서 우열을 쉽게 가리기 어려웠던 두 작품을 놓고 심사진은 논의를 거듭한 끝에 KBS의 ‘론스타 5조원 ISD의 실체 연속보도’를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송명희, 석혜원 두 KBS 기자가 1년여에 걸쳐 사태를 밝힐 중요한 단서들을 찾아내고,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인물들과 접촉해 감춰진 퍼즐을 맞추어간 집요함과 치밀함, 취재의 완성도가 돋보였습니다. 이 보도는 국민들에게 손실이 돌아오는 일임에도 이를 ‘국익’을 앞세워 비밀에 부치는 정부에 대해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서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하고, 책임 져야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게끔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모범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기획부문에는 방송 2편, 신문 7편 등 총 9편이 출품돼 이 중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한겨레신문 오연서 기자의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 추적보도와 <한겨레 21> 장수경, 고한솔 기자의 ‘디지털 성범죄 끝장 프로젝트 너머n’(이상 한겨레신문), 국민일보 박민지 기자의 ‘n번방 추적기’ ‘n번방 밖으로’는 사이버 공간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던 성착취를 폭로하여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법의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친 역사적인 보도였습니다. 보도에 참여한 기자들은 취재과정에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감당해야했고, 개인적인 위협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잔인한 범죄와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생히 드러냈고, 이후 피해자들이 온전한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후속보도까지 이어나간 점에서 이 보도들은 감춰져 있던 폭력을 고발한 보도, 여성 인권을 향상시킨 보도, 무엇보다도 사회를 바꾼 보도들로 기억될 만합니다.

 또 다른 수상작인 KBS 홍혜림,모은희,우한솔 기자의 ‘코로나19 면회금지 요양병원 정신병약 남용’ 보도는 자신의 고통을 호소할 수 있는 목소리조차 잃어버린 노인들의 인권 문제를 돌아본 한편, 고령 사회인 우리 사회 모든 가족들의 잠재적 고민인 ‘돌봄’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요양병원 면회가 금지된 상황에서 노인 환자들에 대한 정신병약 과잉 처방의 구조적 배경을 밝히고 대안을 제시하려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다만 접근이 쉽지 않은 요양병원 현장 취재를 위해 잠입취재의 방법을 사용하였으나 이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보다 투명하게 밝히지 않은 점은 아쉬웠습니다.

 보도의 투명성이 높아지면 뉴스 이용자들의 보도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높아집니다. 한국 언론의 모든 보도들이 취재과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투명하게 드러내는 방향으로 변화해 가기를 바랍니다.

 

 수상작들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지만, 아쉽게도 선정되지 못한 서울신문의 ‘소년범-죄의 기록’과 중앙일보의 ‘듣똑라(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디오)’의 우수함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울신문의 ‘소년범-죄의 기록’은 소년범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문제에 접근하려했으며, 소년범죄의 양상과 해법에도 남녀 차이가 있다는 젠더적 시선을 놓치지 않은 점이 남달랐습니다. 뉴스 이용자 대상 실험, 빅데이터분석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품을 많이 들인 보도이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의 ‘듣똑라’는 4명의 여기자들이 전통적인 뉴스와 멀어지는 밀레니얼 세대를 목표 뉴스 이용자층으로 설정해 기존의 기사 문법을 파괴한 기사 포맷으로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통하여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혁신적인 시도를 지속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습니다.

 

 심사진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출품작들 중에서 수상작을 가려내기 위해 고심하던 가운데 현재의 시상 체계가 여기자들의 뛰어난 성과를 격려하기에 적절한가에 대해 자문하게 됐습니다. 취재부문과 기획부문이라는 현재의 출품 분야 구분이 현실적인가, 다양해져가는 여기자들의 성과를 담아내기에 충분한 그릇인가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점점 단발성 특종 기사보다는 특종이 담겨있는 탐사, 심층기획 성격을 가진 보도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취재와 기획의 선을 가르는 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 건 한 건의 기사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혁신적 시도 등을 평가할 수 있는 분야의 신설도 필요해 보입니다. 심사진은 이러한 고민을 올해의 시상 결과에 다 담아내지 못한 채 후속 년도에 과제를 넘기게 되었습니다.

 

 수상자들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출품해주신 모든 기자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올해 못지않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2021년에도 여기자들이 치열하게 취재하고 보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건강과 안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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