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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 한·일 세미나 - 21세기 새로운 한일관계와 미디어
    세미나 중계 - 한 ㆍ 일 세미나 21세기 새로운 한일관계와 미디어 한국여기자클럽(회장 임영숙)이 주최한 한일 여기자 세미나가 지난 6월 13일 일본 교토의리가 로얄호텔에서 개최됐다. ‘21세기 새로운 한일관계와 미디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는 한국과 일본의 기자, 교수 등 40여 명이 참가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열띤 토론이 이어지는 바람에 예정시간을 1시간 여 넘기며 개최된 이번 세미나는 한일 미디어 종사자들의 서로 다른 견해를 재삼 확인하면서 이해를 다지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 주제발표: 이종원 릿쿄대 교수(국제정치학) 미즈노 나오키 교토대 교수(인문과학연구소 한국사 전공) ■ 패 널: 이영이 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전 도쿄 특파원) 이정화 세이케이대 교수 (정치사회학) 구보다 루리코 산케이신문 외신부장 (차기 서울특파원) 호리야마 아키코 마이니치 외신부 기자 하세가와 구미코 아사히 신문 교토지국 기자 (학술담당) 사회자(임영숙 회장): 한국과 일본의 여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미나를 갖게 돼 매우 반갑습니다. 지난주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 직후여서 더욱 뜻깊게 느껴집니다. 이 세미나는 한국여기자클럽이 일본에서 갖는 첫 세미나입니다. 지리적 거리나 교류관계로 볼 때 이제야 한일여기자 세미나가 열린다는 게 뒤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지난 1968년 한국 여기자들이 일본 언론계와 정계 및 산업계를 시찰한 적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후 교류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한국여기자클럽이 이 세미나를 마련한 것은 한일 두 나라가 과거사의 앙금을 씻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정립하는 데 언론이나 여기자가 어떤 일을 해야 하며, 할 수 있는지 모색해보기 위해서입니다. 21세기 들어 처음 열렸던 한일월드컵의 성공적인 공동개최로 두 나라 국민들은 어느 때보다 가까운 이웃이 됐습니다. 젊은 한국가수 보아가 일본 가요차트 1위를 기록하고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 한국 관객을 사로잡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 핵문제와 피랍 일본인문제가 국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다루는 두 나라 미디어의 보도태도에는 우려를 자아내게 하는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세미나를 통해 양국 기자들의 깊이 있는 상호이해가 이뤄진다면 두 나라 협력과 공동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종원 교수님의 주제발표로 시작하겠습니다. 이종원 교수: 저는 한국말로 하겠습니다. 생각보다 상당히 포멀한 세팅이 되어 속생각보다는 겉 생각을 주로 밝히게 될 듯 싶은데...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에 온 지 20년이 됐는데 한국, 일본 양쪽을 보면서 느낀 한일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70년대 일본에 왔을 때는 한일관계에 관해서 두 가지 개념이 충돌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권력자 사이의 한일 개념이고, 또 하나는 거기에 대항하는 한일 개념이었습니다. 한편에서는 한일우호라고 얘기하면서도 어떤 경제적인 권력 차원의 이익에 근거한 특수한 결합관계, 또 하나는 거기에 대해 비판하는 한일연대, 물론 새로운 시민운동 차원의 발전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사회에 별로 확산되지 않은 부분적인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민주화되면서 보통의 한일관계가 상당히 급속히 확대돼 왔습니다. 예를 들어 자주 인용되는 통계인데 70~80년대까지는 일본에서 한국 가는 사람들의 압도적인 다수가 남성이고 그 남성의 압도적인 다수가 40대 이상이었습니다. 목적은 비즈니스와 매춘이었습니다. 그러다 80년대 이후 일본에서 한국 건너가는 사람들의 숫자가 여성의 비율이 급증하면서 특히 20~30대 여성들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세대의 유학도 늘고 있고 서울대 등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새로운 현상입니다. 이것이 앞으로 한일관계를 순조롭게 할지 아니면 여전히 많은 풍파를 겪을지 양면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한일관계, 세 가지 공유와 괴리 현재 한일관계는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공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세 가지 공유란 ‘체제’ ‘가치’ ‘이해’ 등입니다. 우선 정치, 경제적인 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체제면 에서 공유하는 측면이 있고, 또 하나는 사회적인 인권 민주주의에 관한 가치 이런 것을 상당부분 공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해관계에 있어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 생각합니다. 예컨대 아시아라는 지역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이해를 공유하고, 그 속에 중국을 포함시켜야 된다는 이해를 공유하면서 그것이 미국을 포함하는 것 인지의 여부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개방된 지역을 형성해야 된다는 면에서 주로 경제적인 이해면에서 지정학적 이해면에서 상당히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이해관계의 공유라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정치, 경제, 지정학적으로 안전보장 면에서도 중국문제와 미국문제 그리고 거대한 두 개의 문제인데, 그 두 개의 문제를 어떻게 현명하게 처리하는 가 그 면에서 한국과 일본이 공유하는 부분이 실제 이상,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상당히 많다 생각합니다. 최근에 보면 대북 적인 견지에서 큰 흐름에서, 특히 사회경제적인 면에서는 한일관계가 많이 겹치면서 어느 정도 낙관해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 그러나 이렇게 사회경제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 겹치는 방향으로 나가면서 그러나 최근에 새로운 어떤 괴리가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첫째 북한문제입니다. 북한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 점점 차이가 생깁니다. 두 번째는 지역화, 지역의 형성입니다. 다시 말해 중국, 동아시아 두 가지 개념에 대한 이해가 점차 멀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일본에서 한국을 보면 한국은 급속하게 중국에 가까워지면서 중국 붐이 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반면 일본에서는 80년대는 중국, 동아시아 붐이 있었는데, 90년대 이후 2000년대 들어와서는 중국은 위협이고 그리고 동아시아, 동북아시아는 또한 위협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극적인 개념입니다. 세 번째, 조금 샤프한 문제인데 제가 보기에 한국과 일본 양국 사회가 넓은 의미에서 급속히 민주화되고 있습니다. 대중화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더 나을지 모르겠는데, 대중의 정치 참여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이것 자체가 장기적으론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론 상호간 거리를 두게 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이제 노무현의 한국, 고이즈미의 일본을 비교해 볼 수 있겠습니다. 노무현과 고이즈미가 최고 지도자로 나온 한국과 일본의 변화는 어떤 면에서 상당히 비슷합니다. 일본에서 ‘노무현의 한국’ 그러면 반미, 친북, 친중국 이란 이미지로 이야기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역시 민주화의 흐름이다 생각합니다. 도식적이지만 민주화의 3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군부통치를 종식시켰고 김대중 대통령은 완성은 못했지만 냉전체제에 바람구멍을 뚫었다는 것이 공적입니다. 그 기반 위에 사회전체에 권위주의적인 체제를 맞바꿔나가는 것이 진정한 민주화인데, 그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그것을 낳은 배경은 말할 것도 없이 글로벌 화와 동아시아의 형성이라는 지역주의입니다. 한국에서 노무현 현상이 나타난 것은 구세대의 낡은 패러다임으로는 새 시대를 따라잡지 못해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구체제 그것은 동아시아의 구체제이기도 한데, 정경유착형이고 그 구조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참여 지향적 세대라는 점에서, 일본에서 노무현 정권을 ‘반미 포퓰리즘’이라고 표현하는데, 포퓰리즘 하고 민주주의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한국서 미국에 대한 비판이 강해지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호감도 조사를 하면 중국뿐 아니라 일본의 호감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좁은 의미의 내셔널리즘이라는 것은 적대관계가 형성이 돼야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런 것이 아니고 미국에 대한 인식이 상대화되면서 인식이 넓어지는 측면도 있습니다. 고이즈미의 일본, 제가 보기엔 노무현 한국 현상과 거의 평행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서 노 대통령이 여당후보가 되고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는 직접적인 힌트는 고이즈미가 제공했습니다. 고이즈미라는, 기반을 가지지 않은 일개 정치가가 자민당 총재가 된 것은 일반 당원이 참여하는 예비선거 방식을 보면서 힌트를 얻었을 겁니다. 경선이 없었더라면 노무현은 죽어도 대통령이 못 됐을 겁니다. 일본은 80년대 성장하다가 90년대 이후 침체하면서 모든 사고가 내향적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또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대두, 한반도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장기적으론 통일과정에 들어가 있는 것이 일본,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지정학적 기득권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90년대 중반부터 일본에서는 중국, 북한이 위협이 되고, 그 결과 미일동맹이 재정립되면서 미일관계 강화 쪽으로 급속히 기울기 시작합니다. 일본이 심리적으로도 동북아시아에서 멀어지는 경향들이 많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 1998년의 대포동 사건이고, 2002년 북한의 일본인 납치고백입니다. 지금 일본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일본의 저변에서는 한일관계 동아시아의 기반이 형성되고 있는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정치안전보장에 대해 미일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새 체제를 만들어야 된다고 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 일본말로 ‘한 내각에 일 하나 하면 충분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내각 하나가 과제 하나를 처리하는 것도 힘들다는 거죠. 그런데 요새 1년 사이에 많은 법안들이 통과됩니다. 전후 일본에서 도저히 안 될 거다 얘기했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전부 이뤄집니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은 핵무장과 헌법 개정 두 가지입니다. 이걸 전부 가능하게 한 것이 북한입니다. 앞으로 북한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일본의 향후 방향을 가늠하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고, 그것은 한국이 어떻게 나가느냐 에도 중요합니다. 북한에 대한 역사적인 경험 차이가 서로에 대한 의심 불러 저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북한에 대한 인식 격차가 상당하다고 봅니다. 그 직접적인 배경의 하나가 북한과 관계를 가진 경험의 차이입니다. 한국은 50년 간 계속 북한과 여러 면에서 상대해왔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최근 1년 북한에 대해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정보의 격차도 상당합니다. 북한에 관한 정보의 양과 질에 있어서 한일 간의 격차가 상당히 큽니다. 한국에는 북한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넘치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정보격차를 일본 대중에게 가장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게 ‘한국이 북한에 대해 유연한 정책을 취하는 건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다’ 하는 논리입니다. 저는 그런 질문이 나올 때마다 ‘한국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전쟁도 했고 5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강경한 대북 정책을 견지했다’고 답합니다. 북한문제를 어떻게 돌파하는가가 한일관계의 장래에 상당히 중요합니다. 내셔널리즘이란 축을 갖고 설명하는 게 가장 알기 쉽고 명쾌합니다. 허나 가장 명쾌하고 알기 쉬운 설명이 대부분 틀렸던 것이 역사적인 경험입니다. 지금 북한이라는 거울을 놓고 한국과 일본이 서로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상호간에 대해서. 과거 ‘반일 혐한’ 개념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은 일본에 반대하고 한국을 혐오하는 것이었죠. 그러나 이제 ‘의일 의한’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일본을 의심하고 한국을 의심하는 현상이 확대되는 듯 합니다. 사회자: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발표였습니다. 패널 쪽에서 주제발표에 대해 질문 있으시면 해주십시오. 이영이(동아일보): 아까 ‘의일 의한’이라고 하셨는데 의미심장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한국적 시각에서 보면 일본이 유사법제니 자위대 파견이니 해서 굉장히 보수우익으로 가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데, 그게 단순한 의심 차원인지 아니면 실제로 있는 현상인지 궁금합니다. 이종원 교수: 상당히 중요한 문제인데, 아직은 의심차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mbc-tv에서 안중근 의사가 의거를 펼쳤던 10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며 100년 전 일본의 군사적 팽창, 우리의 운명을 논의하더군요. 그런데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하나는 100년 전 일본은 ‘라이징 파워’였습니다. 지금의 일본은 성장이 아니고 영향력이 저하되는 파워입니다. 반면 과거엔 중국도 약했고 한국도 약했고 진공상태였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일본 이외 지역들이 그렇게 약한 상황이 아닙니다. 일본 입장에서 보면 자국의 영향력이 저하되고 축소되는 데 대한 위기의식에서 나온 리액션 측면이 많습니다. 일본의 이 같은 우경화 현상을 보다 큰 틀에서 안정화시키려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지역의 틀을 만들어 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위협을 느끼는 것, 걱정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100년 전 같이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봅니다. 제가 오히려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걱정하는 것은 지역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입니다. 동북아시아가 분열되며 핵과 내셔널리즘의 상호 악순환이 순식간에 번질 수가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위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본에서 많은 논쟁을 합니다. 왜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우리가 대북 포용정책으로 바꿨는가? 그전까지는 한국이 흡수통일을 하려 했죠. 오히려 미국, 일본의 유화정책에 대해 한국이 굉장히 반발했는데 지금 완전히 역전이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했고, 강경책만 하다 보니까 외교적으로 고립이 된다는 반성도 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비용을 치르고라도 북한과 채널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렇게 했고, 또 성과도 있었다고 봅니다. 북한에 돈을 많이 줬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 덕분에 다양한 채널을 갖고 어떤 상황에도 한국이 끼일 자격이 생긴 거죠. 그런데 일본이 지금 과거의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거든요. 강경 정책을 취하면서 외교적으론 미국이 도와주지 않으면 낄 수 없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또 한국은 5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북한을 지켜보면서 지금은 북한이 옛날보다 많이 약해지고 많이 변했다는 것을 비교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처럼 갑자기 북한이 이상한 체제로 감지되면 잃어버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의 gnp가 한국의 4%인가 5%고, 20분의 1 또는 25분의 1인데 그런 엄청난 격차가 있다는 것을 한국인들은 피부로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같이 엄청난 위협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반면에 요새 일본은 북한이 군사적으로 굉장히 강한 국가라고 보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회자: 감사합니다. 혹시 또 질문 있으신가요? 서화숙(한국일보): 선생님께서는 일본이 경기위축 상태 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하시는데 단지 그것만으론 안심하기 힘듭니다. 한국에서 볼 때 늘 일본에서 일어나는 것은 현상 뒤에 무슨 배경이 있지 않나 의심하게 됩니다. 선생님 같은 한국인 지식인들의 발언이 일본 사회에서 어느 정도 먹히는지 과거와 달라졌는지 똑같은지 궁금합니다. 이종원 교수: 기본적으로 일본이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위험한 부분은 있습니다. 위험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들이 상당한 권력을 지닌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면 그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일본의 현상들에 관해 냉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자: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은 구보다 씨께서 말씀하시겠습니다. 구보다 루리코(산케이신문): 처음 뵙겠습니다. 15년 전에 6개월 간 한국어를 배웠으니 뭘 알겠습니까? 일본어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조금 전 이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 중 유사법제 통과를 둘러싸고 한국서 많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일본은 헌법으로 일본이 먼저 남을 공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유사법제는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긴급사태 대처 법’입니다. 유사법 이라고 하니까 지금 금방이라도 전쟁 일으킬 수 있는 법률처럼 느껴지지만 그게 아닙니다. 일본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을 정비한 것입니다. 그리고 제3국에서 공격을 해왔을 때,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가를 결정한 겁니다. 이런 아주 미묘한 법률을 정비하지 않은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일본 해역에서 일본 배와 북한 공작선 간 총격전이 있었죠. 일본 국민은 일본이 군국주의로 가는 것, 일본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99.9%가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이종원 교수님께서 이에 부연해 말씀하시겠답니다. 이종원 교수: 구보다 씨 말씀 중 3가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겠습니다. 하나는 유사법제의 내용 그 자체를 법률적 조문에 의해서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작업입니다. 그러나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유사법제라는 논의를 둘러싼 그것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인식되고 있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연결되는 정치적인 언동들이나 움직임들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사법제는 전시방위 조문을 보면 그렇지만 예컨대 그런 법제를 움직이면서 동시에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정치가나 당국자들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논의라든가 토마호크 구입의 필요라든가 이런 것도 곁따라 나옵니다. 다시 말해서 그것이 불투명한 원리라는 것이 첫째 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법조문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기본적이지만 그것이 또한 정치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일으키느냐가 중요합니다. 두 번째로 노동미사일, 대포동미사일, 공작선을 보고 이것이 일본에 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대응을 강구하는 발상만으론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한국과도 연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대포동, 노동, 공작선 이런 위협이 과연 어떠한 성격의 위협인가? 이것이 일본이 토마호크를 구입하고 선제공격을 생각하고 법 체제를 정비하면서 대응해야 하는 문제냐는 거죠. 공작선이 실제로 한 것이 무슨 일본에 가서 파괴공작을 한 것이 아니고 마약밀매를 한 것인데, 마약밀매 하는 공작선에 대처하기 위해 토마호크 미사일은 필요하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조금 단정적인 표현인데 공작선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이 군사적인 안전보장체제를 강화해야 된다는 논리는 너무나 군사적인 발상이라고 봅니다. 세 번째로 일본은 절대로 핵을 가지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한국과 일본이 서로 의심하면서 서로 상대방에게 ‘핵을 보유한 게 아닌가’ 의심하면서 자기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들은 내셔널리즘이라 생각지 않고 상대만 그렇다고 봅니다. 핵문제에 관해 한국의 책임 있는 정치가나 당국자 중에서 핵무장의 필요성에 관해 언급한 사람은 제 기억에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일본의 비핵선언보다 훨씬 더 강한 6원칙을 비핵화선언에서 코멘트 했고, 일본이 갖고 있는 플루토늄의 재처리조차도 한국은 포기했습니다. 아직 북한은 애매한 상태지만 우리는 비핵화를 밝혔습니다. 반면 작년에 일본의 책임 있는 정부여당 당국자들이 사석이기는 하지만 비핵선언을 제고할 필요성에 관해 언급했습니다. 그런 회색 적인 발언조차 한국에는 없고 일본에는 있습니다. 그런 묘한 구조가 있다고 하는 것이 세 번째 설명입니다. 저는 저널리스트의 책임은 유사법제의 내용을 정부입장에서 해석하고 문자 그대로 전달하기보다는 그것이 어떻게 정치 사회적으로 해석될지 오해의 소지는 없는지 짚어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구보다 루리코: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정확한 전달이 핵심입니다. 일본 내에서도 유사법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 반면 핵을 보유하자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 같은 폭넓은 배경을 전달하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종원 교수님 같은 분도 정확하게 잘 취재하겠습니다. 사회자: 미즈노 나오키 교수님께서 주제발표를 해주시겠습니다. 미즈노 나오키 교수: 저는 역사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오늘 타이틀이 ‘한일 역사인식 문제와 미디어’인데요. 저는 미디어에 대해선 잘 모르구요. 역사인식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어떻게 언급할지, 일본에선 과연 어떻게 답변할지 관심이 많았습니다. 노 대통령은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에 대해 주로 언급했습니다. 역사에 관한 언급은 많지 않았습니다. 역사에 대한 인식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한일관계 역사인식에 있어 일본의 침략문제, 그리고 식민지 역사문제가 초점입니다. 그렇지만 20세기 전반에 있었던 역사도 중요하지만 20세기 후반의 역사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20세기 후반 냉전시대의 역사를 어떤 식으로 인식하는지, 동아시아 발전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갈지가 중요합니다. 역사인식에 관해 한일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2년 전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가 발생한 것,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죠. 1982년에도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20년 간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한국에서 이 문제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반응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1982년 당시 한국 미디어들의 보도내용을 보면 일본 국민 전체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인상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최근 보도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인들의 일본인에 대한 불신감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일본이 과거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침략에 대한 보상이나 배상을 하지 않고 있는 문제도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사회 분위기가 한국 사람들에게는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는 일본의 내향적인 내셔널리즘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노 대통령의 방일 직전 자민당 전 회장이었던 아소호 타로호라는 사람이 창씨개명에 대해 망언을 했습니다. 이처럼 일본에 내향적인 내셔널리즘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젊은 층에도 그 현상이 일부 보입니다. 일본의 이 같은 분위기가 한국에선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경향이 전부가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중국과 활발히 대화하고 교류하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올 봄 한국에서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가 출판돼 봤습니다. 옛날의 한국 역사교과서 내용과 차이가 참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교과서는 국정교과서가 아니라 검정제도를 통과한 근현대사 교과서입니다. 베트남전쟁에 대한 부분이 많이 바뀌었더군요.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참가했는데 많은 한국병사가 사망했고 베트남인에게도 많은 손해를 입혔다고 기술돼 있었습니다. 아주 간단한 것이었지만 한국의 역사에 관한 견해가 크게 바뀌었음을 느꼈습니다. 이는 한국의 역사에 대한 반성, 과거 역사를 극복하자는 의식이 있음을 말해줍니다. 이처럼 역사를 차근차근 극복해나갈 경우 한일 간 교류도 잘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탈냉전 의식 등 동시대 사건을 같이 고민하는 의식 가져야 일본인의 의식에는 이런 점이 그다지 짙지 않지만 일본의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만이 아니라 20세기 후반 냉전시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종원 교수님께서 ‘일본의 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이란 표현을 쓰셨습니다. 세계적 냉전시대가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끝이 났습니다. 그로부터 10년 간 일본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진로를 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이 생겼다고 생각됩니다. 21세기 동아시아의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선 냉전을 극복해야 합니다. 일본과 북한은 국교를 수립해야 합니다. 또 냉전시대를 극복하려는 의식도 필요합니다. 일본 내 외국인학교 문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외국인학교 중에는 조선인계, 조총련계 학교가 숫자가 가장 많은데 어떻게 처우할 것인지 생각할 때입니다. 이들 아시아계 학교는 일본 사립학교에 비해 조금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졸업자는 대학입학 자격이 없고, 지방 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못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차별을 받는 이유는 물론 법률조항 때문입니다. 또 식민지시대에 형성됐던 차별인식이 저변에 있기 때문이죠. 전쟁이 끝나고 나서 일본에서는 냉전당시 정책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냉전시대 문제를 우리 손으로 해결해야 하며 외국인학교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이게 큰 과제입니다. 한국에서는 탈냉전 인식이 김대중 대통령 집권을 계기로 확산됐는데 일본서는 아직 미미합니다. 앞으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만들어가려면 동시대에 생긴 사건을 같이 고민하자는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이 점에서 미디어에서 일하고 계시는 여러분들의 역할이 아주 크다고 생각됩니다. 구보다 루리코: 한국의 여성 저널리스트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힘써 주신 한국여기자클럽에 감사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에 대해 일부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유감스러운 부분이 두 가지 있는데요. 첫째 일본교과서의 검정제도에 대해 한국언론이 정확하게 보도하지 않는 점입니다. 두 번째로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은 산케이신문 주장과 제 주장이 일치하는 것인데요. 일국의 교과서를 선택하는 문제는 그 나라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이나 외국인이 그 나라 교과서 중 한 교과서를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된 취재를 하며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는데요. 역사적인 사안에 있어서 피해자가 가해자 입장을 너무 옹색한 시선으로 본다는 겁니다. 과거 역사를 미디어가 한 가지 색으로 단정해 버리는 건 결코 좋은 흐름이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전쟁 전이 그랬고, 한국에선 민주화의 전이 그런 경향이었습니다. 한 가지 일본과 한국의 여기자 상황, ‘젠더’를 말씀드릴까요? 차이가 많을 줄 알았는데 비슷했습니다. 또 북한문제는 제 전공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교수님께서는 한일 양국의 내셔널리즘의 차이 때문에 앞으로 양국이 대립하지 않을까 우려하셨습니다. 오늘부터 일본 미국 한국의 정책조정회의가 하와이에서 열립니다. 일본이 가지고 있는 견해는 이 3국의 관계가 이등변 삼각형이라는 겁니다. 만일 미국이 무력 행사를 시작했을 때 미국은 어느 정도 한정적인 피해만 입으면 되지만 일본과 한국은 많은 희생이 따른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한국과 일본은 무력행사가 시작된다거나 하는 상황, 그러니까 그게 없어지고 있고 한반도가 긴장상태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은 한국과 일본 동시에 다 가지고 있는 희망입니다. 그러니까 한일관계는 앞으로 연계해나갈 필요성이 있습니다. 사회자: 구보다 기자 감사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구보다 기자는 일본 여기자로는 처음으로 한국 특파원으로 발령이 나서 다음 달에 서울로 부임합니다. 일본신문의 여성특파원이 한국으로 오면 시사하는 바가 많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어서 호리야마 아키코 마이니치신문 기자께서 말씀하시겠습니다. 호리야마 기자 역시 서울특파원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호리야마 아키코(마이니치신문): 마이니치 외신부 기자입니다. 납치문제와 미디어 보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 기자들께서 가장 궁금해하시는 게 일본이 북한을 생각할 때 일본인 납치문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그게 내셔널리즘을 강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일 겁니다. 제 자신도 북한취재를 한 일이 있고 납치문제를 조금 경험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납치보도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작년 9월 17일 고이즈미 수상이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일본인을 납치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던 북한이 납치를 시인했습니다. 그것은 일본에서 큰 충격이었습니다. 원래 북한이 일본인을 납치하지 않았을까 의혹은 있었지만 증거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김정일 자신이 인정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일본 언론의 보도가 잘못 간 게 아닌가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반대로 과열보도가 이뤄지고 있죠. tv에서 연일 납치문제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을 이상한 나라로 소개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납치가족 피해자들의 취재에 관해서는 취재원칙이 있습니다. 당사자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5명 본인을 직접 취재하기보단 가족을 통해 취재 중입니다. 본인이 하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북한에 계속 있고 싶다’는 등의 발언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족이나 시민단체의 힘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그걸 넘어서기 어렵습니다. 제가 문제점으로 생각하는 것은 독자나 가족, 시민단체뿐 아니라 미디어간에도 납치문제를 민주적으로 논쟁하는 것은 좋은데 결과적으로 취재가 막히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최근의 과열보도는 그동안 납치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강공으로 그렇게 된 듯 합니다. 납치문제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산케이신문, 아사히신문 등입니다. 우리 마이니치신문도 특집으로 했습니다. 과거에는 관심도 기울이지 않다가 일이 밝혀지니까 강하게 나가는 언론의 성향은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북한측에 ‘앞으로 배 한 척도 일본에 보내지 말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그것은 너무한 주장이라고 봅니다. 재일 교포 생활권과 역사적인 입장을 고려치 않는 주장이 그대로 tv에 보도되는데 북한도 변해야 되지만 우리 일본도 사태를 넓게 오픈 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사회자: 다음에는 하세가와 구미코 씨께서 말씀해주시겠습니다. 하세가와 구미코: 교토지국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경제, 외교 등 국가 간 문제나 교섭의 취재 경험이 없어 커다란 틀 안에서 한일관계 보도에 대해 이야기할 만한 소재가 없습니다. 한반도와 관련한 저의 실제 경험, 즉 교환유학생으로 서울에 있을 때의 경험과 지방지국에서 취재한 재일 한국 조선인, 한반도 문제 등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유학했던 것은 93년 3월부터 12월까지입니다. 벌써 오래된 일입니다. 저는 대학서 신문학을 전공했습니다. 한국 유학경험도 살릴 겸 졸업논문을 ‘한일 양국의 신문보도에 따른 여론형성과 앞으로의 과제-호소카와 총리의 경주방문을 통해’라는 제목으로 썼습니다. 1993년 11월 한 달간의 아사히신문과 동아일보를 조사대상으로 해 각각 상대국을 어느 정도, 어떻게 전하고 있는지 양과 내용의 두 측면에서 정리한 것입니다. 이 주제를 택한 계기가 된 것은 유학 중에 경험한 양 국민의 서로에 대한 편견입니다. 예를 들면 일본인 남성이 한국의 가정에 놀러가게 됐을 때 “한국인은 무엇을 입고 있어? 청바지를 입으면 너무 튈까”라고 진지하게 묻습니다. 그의 말속에는 한국은 일본만큼 서구화가 되지 않아 양복이라 부를 만한 것을 입을 정도로 발전하지 않은 건 아닐까라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거꾸로 한국인에게는 식민지시대에 대해 종종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국인들은 “일제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며 물었습니다. 아마 교과서 문제나 일본정치가들의 ‘망언’보도를 저 같은 일반인에게도 적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같은 편견에 부딪힐 때마다 저는 고민했습니다. 대체 미디어는 무엇을 전해온 것일까 하고 말입니다. 논문의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10년 전 비교이기 때문에 요즘과는 다르지만 일본과 한국 신문이 서로에 대해 보도한 보도량은 1대 1.7이었습니다. 내 예상보다 격차가 적었습니다. 그러나 내용을 비교해보니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고 느꼈습니다. 보도내용은 서로 국제관계 속의 한일관계에 그쳤고 한일 커뮤니케이션을 가로막고 있는 ‘보통의 사회관찰’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단순한 사건에서 장대한 운명론으로 비약하고 있었습니다. 현실에 안주하며 적당히 얼버무리는 일본과 그런 일본에 대해 막연한 불신감을 안고 있는 한국이라는 도식이 보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요즘 이야기로 돌아와 보면 당시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됐다는 것입니다. 정보수집의 수단이 다채널화 하고 정보량도 압도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뉴스 소비자가 뉴스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며 때로는 스스로 발신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10년 전의 염려는 쓸데없는 것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바로 신문보도의 자세가 중요시되는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언제까지나 종래의 틀에 머무는 보도는 쉽게 식상해 신뢰받을 수 없게 됩니다. 다양한 보도와 함께 인터넷 등의 새로운 매체와의 상승효과로 정보교류도 진전되는 것 아닐까요. 또 한가지 지방지국에서 다뤄온 한반도 문제나 재일 한국인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지방지국에서 쓰는 원고는 웬만큼 큰 뉴스나 특종이 아닌 한 전국 판에 게재되기 힘든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sbs가 서울의 청계천 복원계획에 맞춰 교토의 하천을 취재하러 왔습니다. 저는 sbs의 취재를 취재했습니다. 왜냐하면 sbs가 교토하천을 모델 케이스로 다루기 위해 방문한 것을 통해 서울시가 하천을 복원시켜 경제 우선에서 인간우선 자연으로 회귀하려 하는 현재의 한국사회 움직임을 일본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사카와 현의 가나자와 지국에 있을 때에는 윤봉길 의사의 묘지를 취재했습니다. 윤봉길 의사는 전쟁당시 일본에서 테러리스트로 처형돼 가나자와 시에 매장돼 있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의 지하에 묻혀 있었는데 몇 년 전 가나자와에 사는 재일 조선인들이 이를 찾아내서 제대로 묘지를 만들고 매년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또 가나자와시는 관서지방과 달리 재일 조선인의 인구가 적은 지역입니다. 따라서 민족학교에 다니고 싶은 경우에는 이웃 후쿠이현까지 통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전쟁직후 얼마 동안은 가나자와에도 민족학교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실제로 그 학교에 다녔던 재일 조선인의 증언을 토대로 기사화 했습니다. 같은 지역사회에 사는 제일 조선인들의 이런 현실을 일본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전혀 알지 못한 채, 오해나 이미지만으로 서로의 골을 만드는 것만큼 슬픈 것은 없습니다. 사소한 것일지 모르지만 이웃들의 이러한 일들을 꾸준히 보도하는 것이 신문기자에게 요구되는 하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나 외교문제는 크게 취급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기자 자신의 노력이나 취재력으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일 간의 화제도 많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자: 감사합니다. 세 분 일본측 패널리스트의 말씀을 들으면서 오늘의 일본인이나 일본언론 보도에 대해 우리가 서울서 생각했던 것과 상당히 다른 것을 느꼈습니다. 또 세 분 모두 한국어를 참 잘하셔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한국 측 패널리스트의 말씀을 듣겠는데요. 이정화 교수님부터 말씀해주시지요. 이정화 교수: 중요한 부분은 다 나온 것 같군요. 2년 전까지 런던에서 일하다 돌아왔습니다. 지금 우리 여성기자들이 국제관계를 보도할 때 어떤 틀이 있겠지만 꼭 국제 외교분야가 아닌 면도 많이 보도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시장 적으로 큰 변화가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10여 년 간의 한일관계를 말해 오는 틀이라고 할까요. 이게 알게 모르게 상당한 변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도 일본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일본도 사실 한국에 대해 거의 알고 있는 것이 미미합니다. 서로가 너무나 모르고 있다는 큰 전제를 두어야 할 것 같아요. 93년, 94년 한국의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이 발언을 하기 시작하면서 큰 관심을 불러모았습니다. 상당한 변화도 가져왔습니다. 한국 쪽에선 한일관계에 있어 책임, 증언, 배상문제를 강조하지만 사실 일본 내에서는 여성 전반에 대한 문제도 들어갔습니다.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은 본인들에겐 상당한 상처였지만 한일관계를 말하는 틀에 있어선 몇 십 년 걸쳐도 못할 어떤 틀을 가져왔다는 것을 밝히고 싶습니다. 그 다음 조선반도와 일본과의 관계가 이야기되는데, 최근 일본인 납치문제가 터져 큰 이슈가 됐습니다. 일본에서 조선반도를 얘기할 때 거의 몇 십 년 간은 북한은 거의 없었습니다. 한국의 민주화가 이뤄지고 남한이 북한보다 우월하다는 인식과 동시에 국가안전기획부가 독점한 정보를 사회적으로 풀어냈을 때 이것이 한국의 민주화 현상이지만, 반대로 일본은 우리와 달랐지요. 북한관계, 러시아 연구는 좀 되어 있었고 자료들도 많았지만 의외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선 무지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납치문제가 부각되자 굉장히 야만적인 국가로 인식됐고 동시에 미사일 같은 군사적인 측면만 부각된 거죠. 남한과 북한이 서로 얘기하는 50년 간이란 게 서로 자기의 일그러진 얼굴을 통해서 상대방을 본 거니까 남한이 자기의 일그러진 얼굴을 통해 북한을 논하고, 북한도 마찬가지로 그랬던 거죠. 북한이란 거울을 보면서 한일은 아직도 서로 의심하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아직도 북한은 부재중이라는 것입니다. 없는 것을 각자의 편의에 따라서 만들어내는 상황, 거기에 미국과 중국의 위상, 패권 내지는 이해관계가 곁들여지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이 같은 것을 논하는 논리적 국적 인식 메카니즘은 서로 일그러진 얼굴을 가지고 논의해왔다는 거죠. 또 하나는 이쪽은 보이는데 저쪽은 이쪽이 전혀 안 보이는 거지요. 그러니까 자기의 상이 안 보이는 상황은 그 쪽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 되는 거에요. 저는 젊은 학생들과 10여 년 간 앙케이트를 하고 얘기하는데 북한이란 말을 들었을 때 ‘무섭다’ ‘뭘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밖에 없어요. 각 국민의 이미지를 조사하면 일본인에 대해서도 나오고 한국인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북한에 대해선 아무 것도 언어가 나오지 않아요. 10여 년 간 수천 명의 앙케이트를 제가 조사해오고 있는데요. 딱 두 가지 말이 나옵니다. 무섭고, 뭘 할지 모르겠다는 거죠. 그런데 최근에는 일본을 위협할지 모른다 라든가, 납치로 인해 불안하다는 반응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군사적 측면에서 자료를 제공하고 북한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 한국의 군사력을 잠깐 얘기해주면 얘들은 벌써 달라져요. 따라서 정보를 잘만 전달해주면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거죠. 그런 면에서 젊은 학생들은 일관성은 없더라도 정보를 어떻게 모집해서 그걸 어떤 식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중요한 역사교육이 된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쪽에서 보도할 때 재일 한국인 문제, 재일 조선인 문제는 거의 전무한데 앞으로 여기자들께서 섬세하게 신경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사회자: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영이 기자가 발표해 주시겠습니다. 이영이(동아일보): 아까 구보다씨가 지적하신 부분에 대해 한마디 해명하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한국의 일본 특파원들이 일본의 교과서 검정제도에 대해 전하지 않았다 라고 하셨는데 전혀 안 전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한국 입장에서는 제도 문제보다는 내용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지 때문입니다. 구보다 기자의 지적을 들으며 일본기자들이 부러웠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의 대한 관이란 것은 시각이 다양한 것 같아요. 아사히 마이니치 산케이 3개 신문사 기자가 나와 있지만 세 분이 말한 것이 다 다르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본에 관한 한 모두가 다 똑같아요. 보도도 그렇고요. 거기서 조금만 달라지면 “너 친일파냐” 이런 식으로 비난합니다. 너무 획일적인 시각은 스스로 경계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얼마 전에 아사히신문의 논설주간이셨던 분이 서울에 오셔서 한 말씀이 인상적이셨습니다. “옛날에 한국은 매국노가 나라를 망쳤지만 지금 양국이 다 경계해야 될 게 애국자다. 극단적인 애국자가 양국관계를 망치면 동북아시아는 끝장난다” 라고 하셨죠.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최근 들어 한일관계가 좋아지면서 북한문제를 해결할 때 한일이 공조를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만약에 한일관계가 어그러져서 갈등이 생기면 그게 다시 민족의 대립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남북한이 똘똘 뭉치고 일본이 거기에 대해서 저항하고 그런 대결구도가 되면 또다시 민족주의가 되살아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점에서 우리가 일본에 하고 싶은 말도 굉장히 많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먼저 조금 더 객관적이고 조금 더 냉정하게 보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회자: 오늘 세미나가 처음 기획대로 아주 유익하고, 진지했다고 여러분도 느끼셨을 겁니다. 21세기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해 우리 미디어 종사자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 좋은 시사점들을 많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합시다. 세미나를 마치겠습니다. 오랜 시간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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